<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세계 속 우리 문화재>주미대한제국공사관과 한·미 공유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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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이 이제 대중문화를 넘어 ‘K-헤리티지(K-Heritage)’, 즉 전통문화로도 향하고 있다. 문화일보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함께 매주 월요일 해외에 나가 있거나 환수된 우리 문화재를 소개한다.

‘인류의 공동유산’이라는 표현을 흔하게 사용하는데, 이는 1967년 유엔총회에서 몰타 대표 파르도(A. Pardo)가 제안한 ‘공동유산’(共同遺産·common heritage) 개념에서 비롯됐다. 이는 심해저(深海底)나 달과 같은 천연자원의 합리적 배분에 목적이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 유네스코를 비롯해 국제사회는 ‘공유유산’(共有遺産·shared heritage) 개념에 주목하고 있다. 공유유산이란 공동유산과 구분되는 것으로, 두 개 이상 국가가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공유하는 유산이다.

한·미 간에 대표적인 공유유산이 있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주미대한제국공사관(사진·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과 서울 정동에 주한미국공사관이다. 두 건물은 지난 140년간 이어져 온 한·미 교류를 대변하는데, 놀라운 점은 현재까지 양국 외교공관의 원형이 모두 남아 있는 유일한 사례라는 것이다.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1889년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서양 국가에 설치한 외교공관이다. 일제강점기에 헐값에 매각됐으나, 2012년에 문화재청이 구입해 현재는 한·미 수교의 역사를 알리는 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편 주한미국공사관은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로 미국 외교관이 서울에 상주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1883년 정동의 한옥을 구입한 것이다. 해방 후 주한미국대사관저로 사용되다가 1976년부터 대사관의 영빈관(迎賓館)으로 쓰고 있다. 100여 년 전부터 서로의 정부를 대표한 두 건물처럼 공유유산은 여러 국가가 역사적·문화적으로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생생하게 알려 준다. 중요한 것은 문화유산이 갖는 맥락을 제대로 해석해 가치를 끌어내고, 이를 통해 교류·협력을 도모하는 일이다. 이 점에서 두 개 이상 국가가 문화유산을 공유하는 것은 미래를 공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병연 문화재청 국제협력과 사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