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기능 약화된 국정원, 제자리 찾나

국정원장 김규현·1차장 권춘택
美공조 강화하며 새판짜기 예고

윤석열 대통령이 초대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 김규현(69)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을 지명하고 국정원 1차장에 권춘택(62) 전 주미국대사관 정부2공사를 내정했다.

외교·안보전문가들을 국정원 요직에 배치함에 따라 국정원의 정체성 확립 등 제자리 찾기와 대북 정보수집능력 강화를 위한 새판짜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 추진 등 대북정보활동을 적폐시하면서 국정원은 행정기관으로 전락하고, 대북 첩보·감시 기능 등 정보수집능력이 크게 약화됐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윤석열 정부 초대 국정원장 후보자로 북미통 외교·안보전문가를 기용하기로 한 것은,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미국과의 정보 공조를 복원할 수 있는 전문가를 국정원장 등에 물색하라는 지시에 따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서훈·박지원 등 대북 친화적인 측근 인사들을 국정원장에 기용한 것과 차별화한다.

윤 대통령은 국정원이 정권의 대북 기조에 따라 흔들리며 정체성을 상실한 조직이 아닌, 미국 중앙정보국(CIA)이나 이스라엘 모사드 같은 해외정보 전문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구상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우리나라 정보기관의 제1 임무는 남북 분단 상황에서 현존하는 북한의 대남 적화위협을 막아내고 국민의 생명과 안보를 지켜내는 일”이라며 “국가정보목표우선순위(PNIO)에서 북한의 대남 간첩공작을 막아낼 대공수사 업무가 최우선”이라고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세계 각국은 자국의 안보와 국익 보호를 위해 합법·비합법,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무한경쟁의 정보활동을 전개하는데 정보기관에 합법활동을 하라는 것은 정보기관임을 포기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