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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민종의 시론 게재 일자 : 2022년 05월 18일(水)
절체절명 산업경쟁력과 尹정부 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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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종 산업부장

‘세계시민’ ‘자유’ 尹 취임사
통치철학 국정운영 밝혔지만
차별화된 신성장 전략 아쉬움

경제 상황 위중 돌파구 찾아야
적신호 산업경쟁력 혜안 시급
정교한 청사진·추진력 갖춰야


‘세계 시민’을 대상으로 ‘보편적 가치의 공유’를 제시한,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는 전임들과 견줘 확실히 파격적이다. 담대함도 설핏 보이고, 글로벌 지향성도 두드러진다. 이를 계기로 역대 대통령의 취임사를 살펴봤다. 당장 퍼펙트 스톰이 거론될 정도로 경제위기에 봉착해 있으니 경제·산업 측면에서의 대응 능력에 관심이 쏠린 연유가 컸다. 취임사는 대통령의 통치철학, 노선, 국정 운영의 방향,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시대 상황의 축약판이기도 하다. 임기 후의 공과(功過)를 갖고 취임사를 들여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고 어느 대목에선 무능, 실기, 패착이란 키워드도 보인다는 평범한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이승만 대통령은 혼란스러운 해방 정국의 안정이 무엇보다 급했을 것이다. “외교 통상에 균평한 이익을 같이 누리기를 절대 도모할 것”이라고 한 것 외에 경제·산업 메시지를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윤보선 대통령은 내각책임제 대통령이었는데도 짧은 취임사에서 피폐한 대한민국 경제를 거론하고 ‘경제적 자유’와 ‘경제 제일주의’를 주창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합리적 추진을 ‘민족자립의 지표’로 정의했다. 최규하 대통령은 2차 석유파동 위기를 돌파하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자는 에너지 절약 운동을 취임사에서 제안했다. 전두환 대통령은 사회복지의 기본은 지속적인 경제발전 창출이라고 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노태우 대통령은 고도성장 과실의 정의로운 분배를 담았다. 김영삼 대통령은 자율과 경쟁, 정부의 긴축, 대담한 기술혁신을 통한 ‘신경제’를 제시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물가 안정, 기술입국, 벤처기업 육성, 기업 구조조정을 표방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과학기술입국’을 공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실용, 공공부문 경쟁,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추진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용창출, 재벌개혁,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내걸었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강조하고 초저성장, 대규모 실업, 양극화 심화,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내치의 문제로 지적했다. 하지만 명쾌하면서도 핵심을 관통했다는 반응과는 거리가 있는 듯하다. 앞서 국정과제에서 초격차 산업을 키운다고 했지만 전 정부와 차별화되지 못한 데자뷔도 보인다. 압축된 신성장 핵심 전략이 무엇인지 의아하다는 지적도 마찬가지다. 현실 인식은 용산 집무실 출근 첫날 “산업경쟁력에 빨간불이 들어왔고, 물가가 제일 문제”라고 지적한 데서 알 수 있듯 취임사 분위기와 달리 기민하게 대처하려 한 점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물가·환율·금리 등 당면한 3고(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국제공급망 붕괴, G2 갈등을 극복하고 구조적으로 낙후돼 가는 산업경쟁력에 활력을 불어넣어 생존을 도모하고 초격차를 유지, 배양할 수 있는 구체적 청사진과 마스터플랜은 아직 듣지 못했다. 국정 철학과 지향점이 애드벌룬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정교하고 현실성 있는 접근과 대책, 이행이 우선돼야 한다. 우리가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 그룹에 진입했다고,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고 했지만, 안주로 비쳐서는 안 된다. 갈 길은 아직 멀다.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비중도 생각보다 크지 않다. 중국 상하이(上海) 봉쇄 자체로 주력 산업인 자동차, 반도체 등이 흔들리는 형국이다.

문 정부가 5년 전 청와대에, 허무한 실패로 귀결된 일자리 게시판을 걸고 득의에 찼던 게 생생하다. 윤 정부는 만용과 허영, 과시가 밴 무책임의 전철은 밟지 않고 경제와 산업경쟁력에 명쾌한 혜안을 제시하길 바란다. 태스크포스(TF)를 꾸리든,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둬서 수시로 챙겨야 한다. 적은 물이 모여 대하로 흐르듯, 끊김 없는 노력을 결집함으로써 국운(國運) 융성의 모멘텀을 제시했다는 성적표를 받길 바란다. 특정 정권의 성패를 떠나 그게 국민의 복이라서 그렇다. 5년이 허무하게 갔듯, 시간은 또 순식간에 흐를 것이다. ‘국내 정치 명분에는 절대 선(善)도 절대 악(惡)도 없다. 오직 경제성장과 국민복지라는 실익(實益)만이 있을 따름이다.’(김태유 ‘한국의 시간’) 새삼스럽게 귀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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