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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칸 리포트 게재 일자 : 2022년 05월 21일(土)
정우성, “압구정 뒷골목 거닐던 홍기랑 도철이가 깐느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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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프랑스)=안진용 기자·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압구정 뒷골목을 거닐던 홍기랑 도철이가 깐느 와 있네.”

배우 정우성이 제75회 칸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프랑스 칸에 도착한 첫 날 저녁 자리에서 한 말이다. 23년 전 영화 ‘태양은 없다’에서 각각 홍기와 도철 역을 맡았던 두 사람이 긴 시간을 돌고 돌아 이 곳에서 다시 마주 앉은 감격스러운 상황에 대해 정우성은 21일(현지시간) 칸 팔레 드 페티스벌에서 문화일보와 가진 인터뷰 도중 “농담으로 한 말이었는데, 혼자 뭉클하더라”고 말했다.

이정재가 감독을 맡고 두 사람이 공동 주연으로 나선 영화 ‘헌트’(제작 사나이픽처스)는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받아 공식 상영됐다. 각각 영화 ‘하녀’와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이후 다시 찾은 칸, 이번에는 둘이 함께였다. 정우성은 이 상황에 대해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을 함께 했다는 것”과 “우리끼리의 의미에 도취되지 않고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크게 두 가지 의미를 부여했다.

“‘다시 함께 하자’고 말해왔는데 23년이 걸렸네요. 오랜만에 둘이 연기하니까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둘만 즐기면 안 된다’는 마음이었죠. 그래서 현장에서 서로 말수가 적었어요. 더 차갑게 연기했죠.”

정우성이 느끼는 ‘감독 이정재’는 어땠을까? 두 주연 배우로서는 카메라 안에서 연기 호흡을 맞췄지만, 카메라 밖 이정재는 정우성의 연기 디렉팅을 비롯해 연출 전반을 맡는 감독이었다. 둘 사이의 미묘하지만 건강한 대립은 없었을까?


“이정재 감독은 타고난 성향이 섬세하고 결정을 내리기 전에 뒤돌아 보는 스타일이에요. 독선적이지 않고, 주변에 묻고 확인하는 성격이죠. 감독에게는 고독의 시간이 많은데 집념을 갖고 이 시간을 잘 이겨낸 것 같아요. 서로 오래 본 사이라, ‘ 저 사람이 어떤 디테일을 원한다’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죠. 각자가 자기 것을 포기하지 않으려 할 때 ‘그렇구나’라고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작업했습니다.”

정우성이 처음부터 ‘헌트’의 주인공으로 낙점된 것은 아니었다. 몇 차례 출연 제안을 거절했다는 소문에 대해 그는 “캐스팅 자체를 거절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안돼’라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과정은 시나리오 뿐만 아니라 감독으로서 이정재를 더욱 단련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정재 감독이 이 영화의 원작 판권을 살 때부터 지켜보고 모니터링을 해왔어요.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하고 싶은 욕구는 컸던 만큼 더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우리 만의 잔치가 돼선 안 돼’라는 마음이었어요. 그래서 작품성을 확립할 때까지 냉정한 자세로 바라봤어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으면 안 된다고 하지만, 같이 깨지더라도 이제는 후회하지 않도록 함께 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죠.”

정우성은 인터뷰하는 동안 이정재를 ‘친구’라 칭했다.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동안 곁을 지킨 친구의 성공이 “더 없이 뿌듯하다”고 강조했다. 아직 서로에게 존칭을 쓴다는 둘. ‘청담 부부’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두 사람은 서로에게 더없이 가까운 친구이자 존중과 존경의 대상이다. 더 나아가 서로에게 좋은 자극이 되기도 한다.

“(웃으며)감독 데뷔작으로 칸에 왔잖아요. 당연히 긍정적 자극을 받고 있죠. 좋잖아요. 친구가 긴 시간 어떻게 준비했는지 알고 있으니까요. ‘헌트’를 칸에서 상영했다니…, 정말 뿌듯해요. 저희가 아직 존칭쓰는 것을 신기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저희는 그게 편해요. 주변에서 ‘왜 말 안 놓냐’고 직접 물어본 사람도 없어요, 하하.”

두 사람의 성장은 한국 영화의 성장과 궤를 함께 했다. ‘하녀’와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으로 칸에 왔을 때와 비교하면, 현재 한국 영화와 영화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피부로 느낄 정도로 달라졌다. 이제는 이 영화제의 주변부가 아니라 중심부로 들어온 느낌이다.

“(달라진 시선을 느끼냐는 질문에)그럼요. 이정재 감독이 월드스타가 된 요소도 배제할 수 없죠. 전 세계에서 가장 핫(hot)한 배우 중 한 명이니까요. 어찌보면 ‘헌트’가 칸에 온 것보다, 칸이 ‘헌트’를 초대한 느낌이 강하죠. 예전에 칸에 오면 ‘주인처럼 대해주지만, 주인처럼 즐길 수 없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객처럼 떨어져서 볼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지금은 초대 받은 이들 중 하나, 일원이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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