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尹정부 ‘文 분식 털기’ 이제 시작이다

  • 문화일보
  • 입력 2022-05-2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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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논설위원

추경호 기재부 정책 오류 시인
“고용·소득 개선 지속성 없다”
文정부 땐 ‘깜짝 실적’ 말 바꿔

산업부는 원전 부품 조기 발주
전력 환경 등 개입·조작 의혹
해당 부처 자발적 시정 최우선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꼭 보름이 됐다. 어수선한 분위기지만 주목할 변화도 보인다. 발단은 추경호 경제부총리를 맞은 기획재정부다. 같은 정책인데도 평가는 문재인 정부 때와 180도 달라졌다.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통계 분식·왜곡 평가를 스스로 시인하고 오류를 인정하고 나선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 11일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출발점이었다. 문 정부의 마지막 월간 일자리 성적표인 4월 고용은 수치로는 역대급 성과였다. 작년 4월보다 86만 명 넘게 늘어 4월 한 달 기준으로는 22년 만의 최대 증가였다. 문 정부 때였다면 홍남기의 기재부나 청와대 모두 ‘서프라이즈’라고 자화자찬하며 법석이었을 일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딴판이었다. 기재부 스스로 “고령층과 세금 일자리 비중이 너무 높다”며 “재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평가 절하했다. 물론 옳은 지적이다. 60대 이상 고령층 일자리 증가가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세금으로 만드는 직접 일자리와 의료 복지 등의 수요가 일시적으로 확대된 효과였다. 4월 이전의 고용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기재부의 반전은 정상으로의 복귀일 뿐이다.

올 1분기 가계소득에 대한 기재부의 평가도 정상화했다. 지표상으로는 소득 증가가 뚜렷하다. 가계소득은 전체적으로 작년 1분기보다 평균 10.1% 늘었고, 더구나 하위 20%인 1분위부터 상위 20%인 5분위까지 모두 증가했다. 특히, 1분위 소득 대비 5분위 소득 비율인 5분위 배율은 6.20배로 전년(6.30배)보다 낮아져 소득분배도 개선됐다. 그렇지만 기재부는 보도 참고자료까지 내서 이례적으로 소득분배 개선 지속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낙관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런 평가는 그동안의 소득 증가가 일해서 번 근로·사업소득이 아니라, 대부분 정부로부터 받은 이전소득 증가에 따른 결과라는 인식을 배경으로 한다.

정권이 바뀌자 벌어지는 이런 말 바꾸기는 당혹스러운 게 사실이다. 이제껏 고령층 일자리도 일자리라고 강변하면서 세금 일자리를 비판하는 지적에 매번 반박하던 기재부였기에 그렇다. 지난 5년간 다분히 의도적으로 잘못된 통계 해석과 평가는 곧 국민 기만이건만 반성도 없다. 그렇더라도 현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오류를 시인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추경호 장관의 ‘빅 배스(big bath)’가 문 정부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새 사장이 전임자의 손실과 잠재 부실을 일거에 털어내듯 그동안의 분식·과대 포장을 걷어 내 잘못된 정책을 폐기·수정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긍정적인 기류 변화는 다른 부처에도 서서히 확산하는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원전 부품을 조기에 발주하겠다고 나선 것도 그런 사례다. 탈원전 5년에 따른 일감 절벽에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부품업체들의 하소연을 수용한 결과다. 신한울 3·4호기 착공도 최대한 신속히 재개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이를 위해 지난 2016년 환경영향평가를 받았을 때 썼던 자료를 활용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철옹성 같던 탈원전 정책의 대전환이 진행 중이다.

그렇지만 아직 멀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주택 등 부동산, 전력 수급, 4대강을 비롯한 환경 등 정부 통계조차 믿을 수 없는 분야가 곳곳에 즐비하다. 주택 공급물량 부풀리기는 물론이고, 탈원전으로 단기 전력 공급이 부족한 판에 근거가 미심쩍은 태양광과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중장기 전력 공급 계획이 만들어지고, 한강·낙동강 등의 보 개방·해체에 대한 경제성 분석은 제멋대로였다. 산업부·환경부 등 관련 부처가 의도적으로 개입·조작했다는 의혹이 숱하게 제기돼 왔다. 통계청이 가계소득 조사 기준을 바꾼 탓에 2019년 이전의 수십 년 통계와 이후 통계가 비교 불능이 돼 소득 불평등 개선 여부 판단이 엿장수 마음대로 식으로 돼 버렸다. 이런 정책·통계 오류를 시정하는 것은 새 정부의 당면 과제다. 그렇지 않고는 국정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무엇이 문제인지는 당사자인 해당 부처가 가장 잘 알 것이다. 자발적으로 잘못을 시인하고 정상화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이미 감사원도 정책 감사 계획을 밝히고 있다. 치부를 감춘다고 해서 가릴 수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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