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박찬욱·배우 송강호 ‘공생 20년’… 칸 초청 10차례·6개 본상에 힘 실어

2000년 ‘…JSA’ 첫 호흡 맞춰
韓, 세계영화계 핵심으로 성장

경쟁과 공생을 거듭하며 전 세계에 한국 영화를 알려온 박찬욱 감독과 배우 송강호, 지난 2000년 ‘춘향뎐’으로 한국 영화 최초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임권택 감독이 2002년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받으며 틔운 새싹을, 두 사람이 20년 가까이 가꿔 아름드리나무로 만든 셈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임 감독이 칸에 처음 입성하던 2000년 시작됐다. 당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감독과 주연배우로 호흡을 맞춘 박 감독과 송강호는 2년 후 ‘복수는 나의 것’으로 재회했다. 이후 박 감독은 임 감독의 배턴을 이어받아 2004년 ‘올드보이’로 황금종려상에 이은 2등상에 해당되는 심사위원대상을 거머쥐며 ‘깐느 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박 감독과 두 작품을 함께하며 주연배우로서 발돋움한 송강호는 이 시기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과 ‘괴물’에 연이어 출연하며 대한민국 ‘원 톱’ 배우로 거듭났다. 이후 2007년에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으로 칸국제영화제에 초청을 받았고 전도연이 한국 여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는 데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했다.

이처럼 각자의 길을 걸으며 필모그래피를 쌓던 박 감독과 송강호는 2009년 ‘박쥐’로 다시 만났다. ‘복수는 나의 것’ 이후 7년 만이다. 이 영화로 박 감독은 심사위원상의 주인공이 됐고, 송강호는 가장 가까이에서 제일 큰 박수를 쳐줬다. ‘박쥐’를 마친 후 두 사람은 2013년작인 ‘설국열차’에서는 제작자와 주연배우로 만났을 뿐, 이후 서로 다른 노선을 걸으며 덩치를 키웠다. 박 감독은 할리우드에 진출해 영화 ‘스토커’를 연출했고, 2016년에는 ‘아가씨’로 다시금 칸을 노크했다.

비슷한 시기 송강호는 영화 ‘변호인’과 ‘택시운전사’로 연이어 1000만 고지를 밟으며 흥행 배우로 입지를 다졌다. 또 2019년에는 봉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는 데 힘을 보탰다. 당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이던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가 송강호를 유력한 남우주연상 후보로 꼽았으나 한 영화가 2개의 본상을 동시에 받을 수 없다는 칸영화제의 원칙 때문에 그의 수상이 불발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샀다. 이후 각각 6년, 3년이 흘러 두 사람은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로 다시 칸의 부름을 받았다.

2004년 ‘올드보이’를 시작으로 두 사람은 지난 18년 동안 무려 10차례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고, 도합 6개의 본상에 관여했다. 또한 2017년과 2012년에는 각각 경쟁부문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칸이 한국 영화와 영화인을 주변국이 아닌, 핵심 일원으로 인정한 것이다.

안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