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건희 여사의 ‘대통령 집무실 사진’ 유출 부적절하다

지난 주말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 여러 장이 김 여사의 팬클럽 ‘건희사랑’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공개돼 논란이다. 대통령 부부의 일상이 적절한 수준에서 공개되는 것을 소통 측면에서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지켜야 할 기본이 있다. 우선, 대통령 가족은 국가 최고의 경호 대상이라는 점에서 보안 규정을 엄수해야 하고, 그 과정은 투명해야 한다. 둘째, 대통령과 배우자, 대통령 업무와 가족 생활 등 공·사(公私)의 구분이 명확해야 한다. 셋째, 무엇보다 국민의 정서도 살펴야 한다. 코로나 등으로 국민이 힘들어 할 때, 소풍 온 듯한 분위기를 과시하는 식은 곤란하다.

대통령실은 1급 보안 구역인 만큼 일반인의 사진 촬영은 금지돼 있다. 김 여사는 지난 27∼28일 연이틀 대통령실 집무실과 청사를 방문했고 반려견도 동반했다. 김 여사 휴대전화로 몇 장면이 촬영됐고, 팬클럽을 통해 공개됐다. 아마 김 여사가 관여했을 것이다. 홍보수석실 등은 파악도 못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내부는 전속 사진사나 허가를 받은 사진기자들이 촬영하고 보안상 문제가 없을 때 언론 등에 공개되는 것이 원칙이다. 김 여사도 이런 원칙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또, 누가 사진을 찍었느냐도 문제다. 대통령실 측은 “대통령실 직원이 맞느냐”라는 기자 질문에 “아닌 것 같다”라고 했다가 뒤늦게 “부속실 직원이 찍었다”고 하는 등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만약 일반인이 허가 없이 출입했다면 심각한 문제다.

윤 대통령은 ‘영부인’ 호칭도 없애고 제2 부속실도 두지 않겠다고 했다.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김 여사가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필요하면 팬클럽이 아니라 투명한 공적 창구를 거쳐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김 여사의 공·사 활동의 한계와 시스템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않으면 비선(秘線) 논란을 부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