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악의 최고봉 ‘현악사중주’ 창안

■ 이 남자의 클래식 - 하이든

바이올린 2대·비올라·첼로 구성
최소 악기로 최대의 음악적 효과

고음·중음·저음 모두 소화 가능
괴테 ‘지식인 4명의 대화’ 묘사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안우성 이 남자의 클래식 저자

음악은 소통이다. 관객들에게 잘 정돈된 감동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연주자들 간 긴밀한 소통이 우선이다. 연주자가 우유부단하게 소리를 내면 관객들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한다. 또 제멋대로 거칠게 몰아붙여도 곤란하다. 연주만큼이나 듣는 것도 중요하다. 다른 파트의 악기 소리를 건성으로 흘려듣거나 자기가 듣고 싶은 부분만 골라 들어서는 악기 간의 조화를 이룰 수 없다. 다른 연주자들의 음색과 템포뿐 아니라 표정과 몸짓에도 주의를 기울여 상대방의 감정과 의도를 이해할 수 있어야만 일체감을 이루고 하모니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일상에서 나와 다른 습관을 지닌 사람들과 소통을 이뤄내는 것처럼 음악 또한 언어 없이 이뤄지는 소통이자 고도의 지적 행위다.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는 현악사중주를 일컬어 ‘4명의 지식인이 나누는 대화’라고 묘사했다. 2대의 바이올린과 1대의 비올라, 그리고 1대의 첼로로 이뤄지는 현악사중주는 실내악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이며 동시에 최소의 악기로 최대의 음악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편성이다.

현악기는 관악기나 타악기와는 다르게 음을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단 4대의 악기만으로도 고음과 중음, 저음 모두를 소화하며 꽉 찬 사운드를 자아낼 수 있다. 여기에 악기를 더해 5중주(quintet), 6중주(sextet), 8중주(octet)도 가능하다. 그 구성은 오케스트라에까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코어(core)가 된다.

하지만 수십 명이 동시에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와 다르게 현악사중주는 조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덜하거나 과하다면 그 우아함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관객들은 금세 알아챈다. 그렇기에 현악사중주는 서로의 호흡과 음색, 표정과 몸짓, 심지어 활 끝 1인치에까지 주의를 기울이는 적극적이고도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 이 4명의 지식인이 펼쳐내는 대화는 온화하지만 카리스마가 넘치고, 우아하지만 날이 서 있다. 그래서인지 클래식 애호가들은 보통 교향곡으로 클래식에 입문했다가 이후 실내악으로 점차 넘어간다. 그리고 고수의 종착역이 현악사중주라고들 한다.“한 작곡가의 본질을 알기 위해서는 그의 현악사중주를 이해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의 말이다. 현악사중주는 실내악의 가장 대표적인 장르로 실내악의 정수이자 꽃이다. 그리고 이 장르를 창안해낸 이가 바로 하이든이다.

안우성 이 남자의 클래식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