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탈(脫)중국 플랜’ 화급하다

  • 문화일보
  • 입력 2022-06-0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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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中 경제위기에 지도부 초조감
‘타국 안보 위협하지 말라’면서
안보리 北 ICBM 제재엔 거부권

한·중 수교에도 中은 늘 북한 편
北核 방조하는 中 본색 직시해
동맹·자유진영 외교 강화해야


요즘 중국이 심상치 않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4.8%로 떨어진 가운데 위안화 절하와 자본유출이 이어지는 등 이상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2020년 우한(武漢) 사태 때보다 경제가 좋지 않다”고 털어놨다. 모건스탠리 투자관리 전략가 루치르 샤르마는 연초 ‘올해의 10대 경제 트렌드’에서 중국의 성장 엔진이 정점에 달했다며 ‘피크(peak) 차이나’론을 폈는데 중국공산당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티핑포인트가 되는 듯하다. 현 상황이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최악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홍콩 투자그룹 PAG의 웨이젠 산 회장은 “중국의 요즘 상황이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 직전 같다”며 그런 평가를 했다.

‘패권국에 도전하는 나라보다 도전이 좌절된 나라가 더 위험하다’는 말이 있는데 요즘 중국에 딱 들어맞는다. 중국이 곧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중국몽’은 공산당의 통치에 정당성을 부여해준 구호였다. 그러나 미·중 신냉전으로 공급망 디커플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 후 탈세계화 기류까지 뚜렷해지면서 중국은 이중의 압박을 받고 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된 것은 세계화 덕분인데 이제 그 동력이 소멸하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인구도 2027년 정점을 찍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세계 패권국 진입 문턱에서 주저앉으며 중국몽은 망상이 되는 형국이다. 최근 들어 중국 정부 고위인사들이 미국에 날 선 반응을 보이며 거친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은 듯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본에서 쿼드(Quad) 정상회의를 열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발족하자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다른 나라의 안보를 희생시키는 대가로 자기 안보를 추구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토(NATO) 확장을 안보 우려로 규정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듯 중국도 쿼드·IPEF를 핑계 삼아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논리다. 장쥔(張軍) 주유엔 중국대사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제재 반대표를 던진 뒤 미국을 향해 “한반도까지 전쟁의 불길을 퍼뜨리려 한다면 결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한 것은 북한인데 중국은 그런 북한을 두둔하며 ‘서울 불바다론’을 연상시키는 ‘제2의 항미원조’ 선언을 한 것이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해도 중국은 면죄부를 주기 위해 안보리 비토권을 악용할 것이다. 중국이 유엔에서 북한 대변인 노릇을 한다면 더 이상 한국의 우방이 아니라는 뜻이다. 돌이켜보면 1992년 한·중 수교 후 30년간 중국은 단 한 번도 한국 편이 아니었다. 수교 초기엔 톈안먼(天安門) 사태로 인한 서방의 제재 돌파 수단으로 한국을 이용했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때도 북한 편을 들었다. 양국 관계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으나 한·중은 전략적 협력자도, 동반자도 아님이 드러난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미·중 러브콜’을 자랑했다. 그러나 북핵 실험 후엔 시진핑과 전화 협의조차 거부당했다. 문재인 정부는 한·중 대북 공조에 집착하며 굴욕적 ‘사드 3불 합의’까지 했지만, 북·중 밀착은 더 강화됐을 뿐이다.

윤석열 정부는 신냉전·탈세계화 국면에 맞게 한·중 관계를 뜯어고쳐야 한다. 우선, 중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방조국이라는 사실이 안보리 표결 때 분명해진 만큼 오판과 착각으로 망가진 대중 외교를 바꿔야 한다. 전제주의 중국과 우리는 가는 길이 다르다는 점을 직시하고 중국에 할 말을 제대로 하는 가치 기반 원칙 외교를 견지해야 한다. 아울러, 신냉전의 탈세계화 파장이 대중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을 덮치기 전에 ‘탈(脫)중국 플랜’을 세우고 실행해야 한다.

‘안미경중(安美經中)’을 ‘안미경세(安美經世)’로 전환하겠다는 윤 정부의 방향은 옳다. 관건은 속도감 있는 추진이다. 그래야 한국의 높은 무역의존도를 중국이 무기화하기 전에 값싼 원자재 공급망에 중독된 경제 체질을 혁신할 수 있다. 중국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선 한·미·일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시진핑이 한반도에서 푸틴처럼 도박에 나서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동맹·자유 진영 공조 강화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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