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보리 결의 조롱’ 北 감싼 中·러 상임이사국 자격 없다

신냉전이 격화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5개 상임이사국,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으로 인해 기능 마비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증폭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엔 유엔총회에서 토론해야 한다는 결의안이 지난 4월 말 채택됐고, 그에 따른 첫 총회가 8일 열렸다. 안보리는 지난달 26일 북한이 대북 결의안을 대놓고 무시하는 데 따른 추가 제재 결의를 논의했는데, 중국과 러시아 거부권으로 무산됐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날 총회에서 거부권 행사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장쥔 중국 대사는 “제재 대신 의장성명 채택 등을 제시했다”고 했고,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러시아 차석 대사는 “북한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우려했다”고 했다. 과거 같으면 거부권 행사로 끝났을 텐데, 이젠 총회에서 회원국들을 설득해야 한다. 그런데 두 나라 주장은 궁색하고, 심지어 사실을 왜곡하기까지 했다. 안보리의 대북 결의에는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명백히 금지하고 있다. 특히 2017년 12월 북한의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도발 후 채택된 대북 결의 제2397호에는 추가 도발 시 제재 부과를 의무화한 ‘트리거 조항’도 있다. 중국은 미국 측이 상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전가했지만, 한·미는 연합훈련 중단 등 약속을 이행했다. 의장성명을 제안했다면 북한의 유엔 결의 위반이라도 명확히 지적해야 할 텐데, 그것은 하지 않는 꼼수를 부렸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안보리 결의를 조롱하는 북한을 두둔한 중국과 러시아의 행태는 안보리 권능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과 같다. 이런 나라는 상임이사국 자격이 없다. 그러지 않아도 안보리 개혁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이런 태도를 계속 보이면 상임이사국 권한을 제한하거나 상임이사국을 대폭 늘리는 방안 등이 총회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는 날이 머지않아 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