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만난게 로또당첨보다 더 행운’… 교단에 설 수 있는 에너지

■ 나에게 ‘감사편지’란 - 전주아중중학교 백은희 교사

푸른 하늘 아래 가지마다 연초록 이파리를 주렁주렁 매단 나무들이 초록 잔치를 벌인다. 푸르고 싱싱한 나뭇잎처럼 생기 넘치는 눈망울로 중학교 진학의 설렘을 표현하던 아이들은 어느새 온몸으로 중학 생활을 만끽하는 여유를 부리고 있다. 아침 참새처럼 온종일 친구들과 재잘거리고 여기저기서 장난 거리를 찾아 마음껏 싱그러움을 발산하는 우리 아이들의 활기찬 모습이 꽃처럼 예쁘다.

‘올해는 어떤 아이들을 만나게 될까?’ 하는 기대감보다 ‘힘들게 하는 아이가 많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앞세우고 교실로 향한다. “교육에는 왕도가 없다”고 했던가. 20년이 넘는 교육경력에도, 베테랑 교사를 자부해야 하는 연륜에도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일은 언제나 버겁다. 그럼에도 꿋꿋이 교단에 서는 건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되라’를 늘 되뇌는 내게 아이들이 건네주는 따뜻한 편지가 주는 위로의 힘 때문이다.

만날 때마다 ‘선생님 사랑해요’라고 속삭이며 양손으로 하트를 그리는 아이, 수업에 들어가면 교실 칠판에 파마머리의 우스꽝스러운 내 얼굴을 그려놓고 ‘보고 싶었어요’라고 장난 섞인 애교를 부리는 아이, 수업 시간에 하도 떠들어서 “조민준(가명)!” 하고 외친 후 “사랑해”라고 말하니 “저도요!” 하고 씩 웃음을 날리는 아이, 수업을 끝내고 교실을 나서는 내게 조용히 다가와 수줍게 한 줄짜리 손편지를 건네는 아이. 아이들이 있어 아침마다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한 학년의 마지막 시간, 울지 않으려 굳게 마음을 먹어도 막상 아이들이 불러주는 ‘스승의 은혜’ 노래를 들으면 해준 것 없이 받기만 하는 게 괜스레 미안하다. 4절지 종이 가득 한 명 한 명이 정성껏 써넣은 손편지 속 감사와 사랑의 글들이 너무도 감동적이어서 매해 눈물을 터뜨리고 만다. ‘중학교 올라오면서 걱정이 많았는데 선생님 말씀 듣고 힘이 났어요’ ‘선생님과 함께여서 즐겁고 행복했어요’ ‘재미있는 수업 해주셔서 감사해요’ ‘선생님을 만난 건 로또 1등 당첨보다 더 큰 행운이었어요’. 따뜻한 영혼들이 건네는 위로의 말에 내 마음은 고마움과 부끄러움으로 차오른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누구보다 지치고 힘들었을 우리 아이들, 어느새 한껏 자란 마음으로 오히려 위로와 사랑을 건네는 아이들이 있어 난 오늘도 행복하다.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많은, 가르치는 것보다 배우는 것이 더 많은 나의 아이들 때문에 오늘도 힘을 내본다.

따뜻한 한마디의 말, 한 줄의 손편지가 살아가는 힘이 됨을 아이들에게서 배운다.

“이쁜 아이들아, 고마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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