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얘기 안 듣고 내 말만 얕아져 가는 소통의 깊이

■ 마포 김사장의 요즘 소설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가 1000명의 미국인에게 물었다. 여기에 이름이 적힌 영화배우, 성직자, 정치가 중 천국에 갈 확률이 높은 사람은 누구일까요.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이는 테레사 수녀(79%)였다. 평생 가난하고 아픈 환자들을 돌보았던 마더 테레사라면 전 세계인을 상대로 조사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으리라. “당신은 천국에 갈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는 87%에 달하는 응답자들이 그렇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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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하지 싶지만 나도 이왕이면 천국에 가고 싶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영혼 통행증’에 따르면 사람이 죽은 뒤에 생긴 혼은 ‘어떻게 죽었느냐’에 따라 애혼과 원혼으로 나뉘는데, 애혼은 생의 기억을 간직하지만 원혼은 기억이 사라진다고 한다. 원한을 가진 채로는 구천을 떠돌 수밖에 없으니까. 대화를 통해 사라진 혼의 기억을 되찾아 주고 인간을 해하지 않도록 원한을 풀어 천국으로 인도하는 것이 영혼 통행증을 가진 혼지기의 역할이다. 핵심은 잘 들어주는 것으로 “무언가를 고민할 때 누가 얘기를 들어주기만 해도 편안해지잖아요. 그에 따라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거나 기운을 얻지요. ‘이야기를 듣는’ 일의 효용을 소박한 형태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라고 작가는 설명한 바 있다.

그러고 보면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생길 때마다 자신의 생각을 알리고 싶어 하는 사람은 늘어난 반면 그걸 듣고 나누던 자연스러운 활력이나 소통의 깊이는 점차 줄어들었다. 그러한 흐름이 어떤 정치적 국면에서도 내가 옳고 저들은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는 생각으로 고착화돼 급기야 자신은 타인보다 우월하고 도덕적이며 선하므로 천국에 갈 확률이 높다는 결론으로 이어진 게 아닐까. 심리학자 마크 리어리는 “이런 사고방식 때문에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들은 과소평가하는 반면 타인이 나에게 배울 수 있는 것은 많다고 과대평가한다. 그게 바로 들으려 하는 사람이 적은 이유”라고 ‘나는 왜 내가 힘들까(시공사)’에 적었다. 이제 자신을 더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덜 배려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자기계발서는 그만 좀 볼 때도 됐지 싶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