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경제 다시 곤두박질…기술이 살길이라는 진단 옳다

코로나 충격에서 조금씩 벗어나던 세계 경제가 다시금 곤두박질치고 있다. 경기 선행지표라 할 수 있는 국제 유가가 그동안의 급등세가 꺾이면서 지난주 9%나 폭락했다. 경기 침체로 에너지 소비가 급감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시장을 짓누르기 시작한 것이다. 글로벌 무역도 증가세가 대폭 꺾였고, 미국에서는 소비심리지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면 ‘한국경제의 버팀목’ 반도체 산업도 큰 타격을 입는다. 한국경제의 위험 신호다. 유럽 출장을 마치고 지난 주말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현지에서 주재한 법인장 회의는 밤 9시를 넘길 정도로 분위기가 심각했다고 한다.

외국 출장 때마다 숱한 질문 공세를 받으면서도 “수고 많으십니다”라며 말을 아꼈던 이 부회장도 이번 귀국 길은 달랐다. 소감을 묻는 질문에 “우리가 할 일은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입니다”라면서 난국을 헤쳐나가는 기업의 자세를 크게 강조했다. 경제계에서는 반도체·배터리·전장 등 핵심 사업의 현지 상황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시장 불확실성과 글로벌 기술 변화 트렌드에 상당히 큰 충격을 받은 것 같다는 분석이 제기될 정도다.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 ASML과 벨기에 반도체연구소(IMEC)에서 차세대, 차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어떻게 되는지, 그런 걸 느낄 수 있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기술은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본질적 요소다. 이 부회장의 ‘기술이 살길’이라는 진단이 옳은 이유다. 그러나 초격차 기술 경쟁력은 기업 혼자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부 역시 제도적 정책 노력을 다해야 하나 국내의 제도와 환경은 척박하기만 하다. 고등교육은 반도체학과 하나 제대로 만들기 어렵고, 초중등교육은 기초학력의 급속한 저하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사회발전을 틀어막는 온갖 노동규제, 기업규제를 혁파하는 것은 오로지 정부의 몫이다. 기업이 마음껏 투자하고 뛸 수 있도록 하는 일이 더욱 절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