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토중래’ 꾀하는 전경련… 정부·15대기업 초청 稅政 간담회

24일 조찬 포함 비공개로 진행
文정부 시절 ‘패싱 논란’ 딛고
정부·기업간 가교역할 재시도

삼성·SK·현대차 등 참석 의사
정부·재계 자유롭게 의견 교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오는 24일 기획재정부와 국내 15대 기업을 초청, 세정 간담회를 개최한다. 2016년 10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전경련이 정부와 주요 기업 관계자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패싱’ 논란을 겪은 전경련이 새 정부 들어 정부와 기업 간의 ‘가교’ 역할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이어서 위상회복 및 경제단체끼리의 주도권 확보 추이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최근 기재부와 4대 그룹을 포함한 15대 기업에 세정 간담회 초청장을 보냈고, 24일 개최가 확정됐다. 조찬을 겸해 비공개로 열리는 간담회 주제는 ‘신정부 조세정책 방향과 세제 관련 기업애로 및 개선 의견’으로 초청받은 삼성 등 4대 그룹을 포함해 15대 대기업이 모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에서는 고광효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 등이 나올 예정이다. 정부가 최근 법인세 인하 방침 등을 밝힌 가운데 정부와 기업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경련은 간담회 결과를 정리해 재계의 건의문 형태로 정부에 전달하는 방안도 살피고 있다.

여러 차례 법인세 최고 세율 인하 필요성을 제기해온 전경련은 기재부와 주요 기업에 의견 수렴 및 개진을 위해 간담회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이명박 정부 때까지만 해도 전경련과 기재부가 공동으로 개최한 세정 간담회가 다시 열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과거에 기재부가 먼저 세정 간담회를 요청한 적도 있었고, 국세청장 초청 간담회도 여러 차례 있었다”고 했다.

이번 간담회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새 정부 들어 재계 대표 단체로서 전경련의 위상 회복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간담회에는 2017년 이후 전경련을 탈퇴했던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도 참석 의사를 표시했고, 세무 담당 전문경영인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 간의 소통 통로로 전경련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전경련이 구축한 국제 네트워크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특별한 역할이 주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3월 대선 직후부터 당선인과 경제 6단체장 오찬,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환영 만찬 등에 모두 초청을 받았다. 정부가 운영하기로 한 규제혁신추진단에도 인력 파견을 요청받았다.

전경련은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린 이후 회비의 70%를 충당하던 4대 그룹 탈퇴로 직원을 60%가량 줄이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겪었다.

문재인 정부 때는 대통령 참석 행사와 해외 순방 등에서 배제됐다. 재계 일각에서는 전경련이 정부와 소통 창구 구실을 다시 맡으면서 4대 그룹의 재가입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