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학점 예비 FA 포수들… 양의지·이재원이 왜 이럴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NC의 양의지. NC 제공

최근 프로야구 자유계약(FA)시장에선 ‘주전 포수→대박’ 공식이 지배했다.

양의지는 지난 2019년 FA 자격을 얻어 NC로 이적하면서 4년 총액 125억 원의 특급 대우를 받았고, 그해 이재원도 SK(현 SSG)에 잔류하면서 4년 총액 69억 원을 챙겼다. 또 삼성의 강민호는 2014년부터 총 3번의 FA 권리를 행사에 모두 4년 계약을 따냈고, 총액 191억 원의 돈다발을 수확했다.

그러나 올 시즌 뒤 FA 시장에선 ‘주전 포수→대박 계약’이라는 FA 공식이 크게 흔들릴 것으로 내다보인다. 포수 예비 FA인 양의지와 이재원, 유강남(LG), 박세혁(두산) 등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KBO리그 포수 최초로 몸값 100억 시대를 연 양의지는 올해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시달리고 있다. 양의지는 리그 최고 공격형 포수다. 2020년부터 2년 연속 ‘타율 0.320, 30홈런, 110타점’을 달성했고, 2019년 타격왕(0.354), 지난해에는 타점왕(111개)을 차지했다.

그러나 올핸 자존심을 잔뜩 구겼다. 6월까지 63경기에서 타율 0.248 9홈런 36타점 27득점에 머물렀다. 간간이 터지는 큰 것 한 방은 여전히 위력적이다. 그러나 타율과 출루율(0.356), 장타율(0.429) 등 각종 타격 지표 수치가 크게 떨어졌다. 물론 양의지는 이름값과 커리어에서 여전히 높은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양의지는 올해 우리 나이로 36세. 4년 이상의 다년 계약을 체결할 때 적지 않은 나이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게다가 포수는 포지션 특성상 부상 위험이 크다. 양의지는 지난해부터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준척급 예비 FA로 평가됐던 유강남도 부진에 빠졌다. 6월까지 70경기에서 타율 0.243 2홈런 23타점 33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2017년 17홈런부터 지난해(11개)까지 5년 연속 두 자릿수 대포를 가동했지만, 올해 홈런을 포함해 장타 생산력이 뚝 떨어졌다. 유강남의 올해 장타율은 불과 0.315다. 풀타임 주전 포수로 자리를 잡은 2015년 이후 최저 수치. 여기에 도루 저지율도 0.156으로 크게 떨어졌다.

이재원은 위기의 날이 이어지고 있다. 한때 ‘대체 불가 자원’으로 팀 내 굳건한 입지를 자랑했던 이재원은 올해 49경기에 출전하는 데 그쳤다. 타격 성적은 타율 0.219 1홈런 13타점 11득점에 머물러 있다. 최근엔 트레이드로 영입된 김민식과 포수 마스크를 번갈아 쓰고 있고, 장타율은 불과 0.265밖에 되지 않는다. 도루저지율은 40경기 이상을 소화한 리그 포수 가운데 최저인 0.107. 이재원은 88년생, 우리 나이로 35세다.

박세혁도 고전 중이다. 현재 타율은 0.227에 26타점 17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2020년(타율 0.269 4홈런 51타점) 이후 타격 성적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고, 도루저지 등에서도 예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4월 말 키움에서 KIA로 이적한 박동원은 올 겨울이 기대되는 예비 FA 포수. 현재 9개의 대포로 여전히 일발 장타 능력을 자랑 중이다. 시즌 타율은 0.238에 머물러 있지만, 0.400의 도루 저지율은 올해 50경기 이상을 소화한 포수 가운데 삼성의 백업 포수 김태군(0.467)에 이어 2위다. 여기에 올겨울 거액을 투자할 수 있는 KIA에서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는 것도 호재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