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정원이 고발한 박지원·서훈 혐의, 利敵性도 따져야

국가정보원이 6일 박지원·서훈 전 원장을 국가정보원법 위반(직권남용죄) 등으로 검찰에 고발한 것은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박 전 원장이 “사실 무근”이라고 주장하고 더불어민주당도 “정치 보복”이라고 반발하지만, 서해 공무원 피살과 귀순 어민 강제 북송에 대한 사법적 규명이 본격화하게 됐다. 문재인 정부 때 벌어진 두 사건은 북한 김정은의 눈치를 보느라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저버렸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박근혜 정부 시절의 국정원장들이 특별활동비를 청와대에 전달한 혐의로 처벌 받은 것과는 차원이 다른, 정부의 이적성(利敵性) 여부와도 직결된 혐의라는 점에서 엄정하고 성역 없는 수사가 불가피하다.

2020년 7월 부임한 박 전 원장은 같은 해 9월 벌어진 서해 공무원 피살과 관련된 안보관계장관회의·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에 참석했고, 특수정보(SI)를 관리하고 북한과 접촉을 총지휘했다. 국정원 자체 조사에서 박 전 원장의 첩보 보고서 무단 삭제 혐의가 드러났다고 한다. 당시 정부는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발표했지만, 감청 기록 등에는 이 씨가 북한군에게 ‘대한민국 공무원이다. 구조해 달라’는 취지로 구조 요청을 한 기록도 있다고 한다. 당시 국정원이 월북 가능성과 배치되는 첩보를 박 전 원장 지시로 삭제한 구체적 혐의(공용전자기록 손상죄)도 포착했다고 한다.

앞서 국정원장을 지낸 서훈 전 안보실장은 이 사건과 더불어 2019년 11월에 나포한 귀순 어민에 대한 조사를 강제로 서둘러 종료한 혐의도 받는다. 당시 정부는 어민 2명에 대한 신문을 사흘 만에 종료하고 경찰특공대를 동원, 안대로 눈을 가리고 포승줄로 묶어 북한에 넘겼다. 이들은 귀순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혔는데, 북한에서 살인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먼저 북송을 제의하고 서둘러 신병을 넘긴 것이다. 김정은에게 보내는 문 대통령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초청장과 북송 통지문을 같은 날 보냈다.

두 사건은 미·북 하노이 회담(2019년 2월)이 ‘노딜’로 끝난 이후 문 정권이 남북 대화 재개를 모색하던 와중에 벌어졌다. 당시에도 국정원이 북한 권력 편에 섰다는 주장이 팽배했다. 검찰이 직권남용 등 1차적 혐의는 물론 형법과 국가보안법 등의 이적죄 여부까지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