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무너지는 ‘경찰 혼’ 심각성과 대책

  • 문화일보
  • 입력 2022-07-0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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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 前 치안정책硏 선임연구관

최근 개봉돼 1000만 관중을 돌파한 영화 ‘범죄도시2’는 흉악범을 잡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형사들의 고군분투를 다룬 통쾌한 범죄 소탕 영화다. 이 한 편의 영화가 경찰에 대한 그간의 부정적 인식을 상당 부분 불식시켰다.

그러나 최근 여수경찰서 봉산파출소 직원들의 행태는 매우 실망스럽다. 지난달 30일 오전 2시쯤 한 복면 남성이 파출소 출입문 사이로 석궁 화살총 1발을 쏘고 바로 달아났다. 다행히 화살은 아크릴 가림막에 꽂혀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문제는, 경찰들의 대응이다. 당시 7명의 경찰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몸을 피한 채 사건 발생 10분이 지나도록 그 누구도 범인을 추적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사건 발생 2분 만에 경찰서 상황실에 통보하며 구조를 요청한 게 전부다. 언론이 이른바 셀프 112신고라며 경찰의 한심한 대응을 지적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사건 보도 직후 경찰청 블라인드 게시판에 부실 대응을 지적하는 글이 올라오자 ‘너라고 안 저럴 거 같냐?’ ‘목숨이 두 개냐, 석궁 쏘는데 피해야지’ 등의 의견이 올라왔고, 이에 호응하는 경찰이 상당수 있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인천에서 층간 소음 문제로 일가족 3명이 중상을 입은 흉기 난동 사건 때 출동했던 남녀 경찰 2명이 현장을 이탈한 사건으로 국민의 비난이 쏟아졌을 때도 비슷한 의견이 나온 바 있다. 이는 본분을 망각한 대한민국 경찰의 한심한 현주소를 보여준다.

최근 5년간(2017∼2021년 11월) 범인을 검거하다 습격당해 공상(공무상 재해)으로 인정받은 경찰관은 2209명에 이르며 순직자도 2명이나 된다. ‘범죄도시2’ 이상으로 심각한 범죄 현장에서 목숨을 아끼지 않고 경찰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다 변을 당한 것이다. 6·25전쟁 때에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당시 전체 경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만7628명(전사 1만648명, 부상 6980명)이 전사하거나 부상했다. 이들의 희생과 헌신이 없었다면 오늘날 세계 11위의 대한민국은 없을 것이다.

경찰법과 경찰관직무집행법에서는 경찰의 임무 가운데 첫 번째로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를 규정하고 있다. 이를 망각하고 ‘목숨이 두 개냐’고 떠벌리는 것은 살벌한 치안 현장에서 몸을 아끼지 않고 근무하는 대다수 동료 경찰들을 모독하는 행위다. 또한, 선배 경찰들의 희생과 경찰 혼(魂)을 능멸하는 처사다. 범죄 현장에서 경찰이 몸을 사리고 숨으면 누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나. 군인이 전장에서 도망치고,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을 포기한다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는가.

일련의 사건들은 경찰권의 비대화에 따른 통제책으로 행정안전부가 추진 중인 ‘경찰국’ 신설에 더 많은 힘을 실어준다. 경찰 지휘부는 경찰의 정체성을 송두리째 흔드는 일련의 사태에 대한 심각성을 직시하고 경찰관의 기본자세 등 경찰 혼을 재무장시키기 위한 정신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경찰 선발 단계부터 국가와 국민에 대한 봉사나 희생을 감내할 자신이 없는 이들은 배제시켜야 한다. 경찰 정체성이 확보되지 않는 치안 활동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제대로 보호할 수 없다. 강도 높은 자기 혁신을 통해 경찰의 존재 이유를 국민에게 보여주고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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