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야 임기일치法 공감…‘文정부 알 박기’ 버틸 명분 없다

공공기관장 임기를 대통령 임기에 맞추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데 여야(與野) 공감대가 형성됐다. 정권 교체기마다 예외 없이 구(舊)정권 인사의 버티기와 신(新)정권의 사퇴 압박으로 인해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했고, 학계와 언론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미국 플럼북 같은 제도를 도입하자는 제안이 나왔음을 고려하면, 늦었지만 다행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임기제 공무원과 대통령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제도 개선을 원내대표에게 검토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도 “기본적으로 공감한다”고 했다.

여야는 당장 입법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공공기관 독립성과의 충돌 등 실무적으로 간단치 않은 문제도 수두룩할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태, 현 윤석열 정부 초기의 상황을 슬기롭게 정리하면 ‘한국형 임기 일치법(法)’을 만들기 어렵지 않다. 그리고 변화한 상황에 따라 미국처럼 대선 때마다 수정·보완하면 된다.

현재 임기 1년 이상 남은 공공기관장 256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한다. 장관급인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도 버티고 있다.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등은 사의를 표명했지만, 전 정부 ‘알 박기 인사’들이 버틸 명분도 사라졌다. 우 위원장은 “문 정부 때 이 문제로 고소·고발된 사람들 문제도 정리해줘야 한다”고 부연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최근 유사 사건 수사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소급입법 발상임은 물론, 개별 범죄 혐의의 중대성도 다르다. 따라서 조건 없이 입법을 완료하고, 그런 문제는 사법부에 맡기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