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의 시론>윤 대통령 벌써 중국에 주저주저하나

  • 문화일보
  • 입력 2022-07-2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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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20년 對중국 호황 끝나간다”
尹정부 여전히 中에 할 말 못해
北제재 안보리 中거부에 침묵

‘칩4’와 한중 교역 양립 가능
사드 때 中의 반도체 수입 늘어
자유동맹으로 압박 대비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마드리드 나토 정상회의 참석 중이던 지난 6월 말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의 “20년에 걸친 대중 수출호황이 끝나간다”는 현지 브리핑은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유럽 시장이 중국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발언으로, 안팎에서는 윤 정부의 탈중(脫中) 선언으로 받아들일 만큼 파장이 컸다. 안미경중에서 안미경세로 나가기 위한 탈중 시그널을 스페인에서 보냈다는 관측이었다. 실제 지난 5∼6월 대중 무역수지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1994년 이후 28년 만의 적자 전환이다.

중국은 이제 기회의 땅이 아니라 한국의 대중 원자재 과잉 의존을 악용할 수 있는 예측 불가의 나라다. 그런 만큼 속도감 있는 탈중 전략이 필요한데 윤 정부에선 그런 기류가 읽히지 않는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칩4 동맹’ 참여를 놓고도 “중국의 오해 불식 필요” 운운하며 미·중 사이에서 외교 분란을 자초하는 데에서 그런 분위기가 드러난다. 미국은 지난 3월 한국과 일본, 대만에 이것을 제안했다. 미국에는 시스템 반도체 설계 기업, 한·대만에는 파운드리 업체가 있고, 일본에는 소재·부품 공급 기업이 있는 만큼 안정적인 반도체 생산공급망을 위해 칩4 동맹을 맺자는 취지다.

한국의 칩4 동맹 참여는 당위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에선 최강이나 비메모리 분야에선 가야 할 길이 멀다. 설계 기술·장비·소재 부문에서 강점을 가진 국가들과 생산공급망 연대를 형성하는 것은 필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아시아 순방 첫 방문국으로 한국을 택하면서 도착 직후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를 찾은 것은 반도체 공조에 한미동맹의 미래가 있다는 메시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결정을 미룬 채 퇴임한 것은 소중화 사상에 젖은 탓이라 할 수 있지만, 윤 대통령이 “고심 중” 모드를 보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은 ‘한·중 상호 존중과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을 강조했지만, 정권 초부터 중국 눈치를 본다. 해야 할 것은 하지 않으면서, 하지 말아야 할 고민은 사서 한다. 지난 5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제재안에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했을 때 윤 정부는 침묵했다. ‘중국이 기존의 안보리 결의를 무시하며 북한의 도발을 두둔하는 것이냐’ 물었어야 했지만,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 대사 초치도, 외교부 대변인 성명도 없었다. 한국을 작은 나라로 낮추며 중국몽을 받든 문 정부와 다르지 않다는 신호를 줬다.

윤 정부의 햄릿형 행보를 보면서 중국은 더 기세등등해졌다.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칩4 동맹과 관련해 “미국 압력에 굴복한다면 잃는 게 많을 것”이라면서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 690억 달러의 48%를 중국이 수입했음을 환기시켰다. 중국이 한국산 반도체 수입 재고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협박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과학기술을 정치 도구화한다고 비판하면서 “관련국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으로 시장 상황에 근거해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성을 지켜야 한다”고 훈수를 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한상의 제주포럼 간담회에서 “좋든 싫든 중국은 아직 큰 시장이고, 가능한 한 우호적으로 잘 끌고 가야 한다”고 했다. 23%가 넘는 대중 무역의존도를 하루아침에 낮추기 어렵다는 얘기란 점에서 일리가 없는 게 아니다. 칩4 동맹 동참 시 제2의 사드 보복이 있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당시 중국의 한국 반도체 수입액은 더 늘었다. 자국에 필요했기 때문이다. 상황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더구나 세계화의 퇴조와 미·중 신냉전, 중국의 코로나 제로 정책 등의 영향으로 중국의 체제 불안정성은 커지는 추세다. 위기 요인을 관리하면서 신속하게 질서 있는 퇴각을 해야 할 필요가 더 커진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독일 등에 천연가스 수출을 축소하며 무기화에 돌입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푸틴식 전법으로 원자재 수출을 무기화해 한국 경제 목을 조르기 전에 미리미리 제2, 제3 대안을 찾아야 한다. 칩4 동맹 참여와 더불어 나토 정상회의에 초대된 한·일·호주·뉴질랜드 등 아태4국(AP4) 연대 강화를 통해 자유 진영 국가들과 협력 틀을 촘촘하게 구축하며 슬기롭게 탈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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