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12兆 신재생’ 12%가 부적절 운용...1차 조사 결과

■ 부패예방추진단 12곳 표본조사

부당집행 등 2267건 2616억원
전체 확대땐 ‘부실 눈덩이’ 우려
태양광 지원사업은 17%가 부실

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과 관련해 12개 기초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1차 표본조사에서 점검 대상 금액(2조1000억 원)의 12%에 해당하는 2616억 원이 불법적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 정부는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위반 사례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하고, 조사대상을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투입된 사업비는 12조 원,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로 조사를 확대하면 불법 행위로 인한 예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산업통상자원부와 합동으로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운용실태와 관련해 1차 표본조사에서 총 2267건의 불법·부당 집행사례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불법·부당 사례는 허위 세금계산서를 이용한 부당대출, 쪼개기 수의계약, 입찰 담합 등 다양하게 이뤄졌다.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사업과 관련한 위법·부적정 대출 사례는 1406건이나 됐으며 적발된 금액만 1847억 원에 달했다. 모 발전시공업체는 공사비를 부풀려 4개 기초지자체에서 18억 원을 부정 대출받았다. 농지가 아닌 버섯재배시설 등에 태양광 시설을 지을 수 있는 점을 악용해 가짜 버섯재배시설을 짓고 태양광을 설치한 경우도 20곳(34억 원) 적발됐다.

발전시설 주변 도로·수리시설 공사를 수백 건으로 잘게 쪼개 입찰 가격을 낮춘 뒤 특정업체와 수의계약하는 등 보조금을 위법·부당 집행한 경우는 845건(583억 원)에 달했다. 또 입찰 참여 업체들이 담합하거나 지자체가 특정업체 장비를 구입하는 등 위법·특혜 사례는 총 16건(186억 원)이 적발됐다. 한국전기안전공사 장비 구매 입찰 과정에 참여한 일부 업체가 들러리 업체를 동원해 40억 원 상당의 가격을 담합한 경우도 있었다. 이번에 조사가 이뤄진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전력 연구·개발(R&D) 사업 등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5년간 약 12조 원이 투입됐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