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 논리 휘둘린 ‘쌀 시장 격리’ 농업 구조조정 망친다

  • 문화일보
  • 입력 2022-09-2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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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제조업 강국 반열에 오르고, 쌀이 처치 곤란할 정도로 남아도는 지금도 ‘쌀 문제’는 여전히 다루기 힘든 국가적 과제다. 그러나 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쌀 생산을 시장 수요에 맞추고, 농업 구조조정과 스마트 영농 등을 통해 선진화를 추구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농민 표를 의식한 선동에 휘둘려 역주행이 빚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쌀값 폭락 지적에 이어 더불어민주당이 쌀의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내놨고, 윤석열 정부도 쌀 45만t의 시장 격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시장 격리는 쌀값 안정을 위해 정부가 매입해 비축하는 제도다. 올해 이미 진행 중인 공공비축 물량 45만t까지 감안하면 올 수확기에만 총 90만t이 격리되는 실정이다. 연간 쌀 생산량의 23.3%에 달하는 규모다.

산지 쌀값 폭락으로 쌀 농가 고통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과잉생산과 소득 보상의 무한 반복은 해결책이 아니다. 쌀 자급률은 수입산까지 더하면 이미 100%를 넘는 반면, 밀·옥수수 자급률은 0.5%, 0.7%에 불과하다. 남는 쌀을 국가가 많이 매입해 줄수록 쌀을 더 생산해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준다.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한 지금까지의 수십 년 노력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재정 부담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올해 농림축산식품부 예산 가운데 식량 작물 수급 안정 예산은 작년보다 6.3% 늘어난 6조7556억 원인 반면, 스마트 농업이나 신산업 육성 항목은 1조 원을 간신히 넘는다. 전체 농가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농업직불금 제도에도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것이다. 직불금은 전국 농민을 대상으로 하지만 쌀 시장 격리는 쌀 농가만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쌀 포퓰리즘이 농정을 왜곡하고 나아가 국가 경제까지 좀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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