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기초연금보다 ‘노인수당’이 바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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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2-10-0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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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더불어민주당은 기초연금 대상을 65세 이상 노인 전부에게 확대하고 금액을 월 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인상하는 기초연금법을 발의했다. 국민의힘도 40만 원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OECD ‘2022 한국 경제 보고서’는 국민연금의 수급연령은 상향 조정하고 기초연금은 수급 대상을 축소할 것을 권고했다.

기초연금은 소득하위 70% 이하 65세 이상 노인 605만 명에게 매월 최대 30만7500원을 지급하며, 올해 예산액은 20조 원이다. 민주당 안으로는 약 2배인 38조 원이 된다. 노인인구가 올해 900만 명인데, 2050년에 통계청의 추계대로 1900만 명이 되면 민주당의 기초연금 예산은 현재의 불변가격으로 8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도 재원 조달에 대한 구체적 방안은 없다.

기초연금을 확대하자는 근거는 노인들의 높은 빈곤율에 있다. 그러나 기초연금으로 단순히 노인들의 빈곤율이 낮아졌다고 무조건 확대하자는 것은 평균 논리에 빠진 궤변이다. 기초연금은 한번 받으면 사망할 때까지 계속 받게 되는데, 통계적으로 부자 노인들이 가난한 노인들보다 더 오래 산다. 한국건강형평성학회(2018)는 2015년 기준 전국 남녀의 평균수명이 82.5세였는데, 소득 상위 20%는 85.1세이고 하위 20%는 78.6세라고 보고했다. 소득에 따라 평균수명이 6년 이상 차이 난다는 것은 부자 노인들이 기초연금을 6년 이상 더 받게 됨을 의미한다. 더욱이 가난한 노인은 기초연금을 모두 소비하고, 한계소비성향이 낮은 부자 노인은 거의 저축한다고 보면 빈부 격차까지 더 키울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체 노인에게 적용되는 기초연금은 ‘부자연금’이 된다.

더욱이 높아지는 기초연금 때문에 국민연금 회의론까지 퍼지고 있다. 국민연금 급여에 따른 기초연금 감액과 국민연금 기금의 고갈로 어차피 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 바에는 국민연금 보험료의 납입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이 노후 보장을 위한 상호 보완재가 아니라 대체재가 되고 있다.

기초연금의 본질은 세금으로 지급되는 ‘노인수당’이다. 정치적으로 결정됐을 뿐, 별도로 맡겨 놓은 돈이 아니어서 수급권을 주장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 재정 상태가 나빠지면 당장 폐지될 수밖에 없는 제도다. 반면, 국민연금은 보험료 부담에 따라 연금 수급권이 보장된 제도이므로 반드시 지급돼야 한다. 따라서 이처럼 매우 상이한 제도를 통합하는 논의는 국민에게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으므로 매우 신중하게 해야 한다. 우선, 기초연금의 명칭을 ‘노인수당’으로 바꿔서 혼돈을 막아야 한다.

OECD의 제안대로 기초연금의 적용 범위를 가난한 노인으로 제한하되, 기존 기초연금 재원의 일정 부분은 예상되는 국민연금 수지 적자를 보전하기 위한 기금계정을 설정해 정부 부채로 계상할 것을 제안한다. 이는 소득계층에 따른 연금 수급기간 차이를 보완하기 위해 저소득층에 대한 국민연금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자금이라 할 수 있다. 또, 예상 밖으로 늘어나는 평균수명으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적 연금 지급을 위한 자금으로 합리화될 수도 있다.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더 깊이 있는 정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기초연금은 선거 때마다 국민을 양극화시키는 포퓰리즘 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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