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의 시론>北 닮아가는 중국과 향후 ‘결정적 5년’

  • 문화일보
  • 입력 2022-10-2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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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시진핑 마오쩌둥 시대로 퇴행
집단지도제 장점 스스로 파괴
박정희식 개발 모델서 역주행

미·중 투키디데스 함정 본격화
우크라 오늘은 동아시아 내일
대만 침공 가정한 대책도 필요


미국과 중국이 ‘투키디데스 함정’ 속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은 제20차 중국공산당대회 개막 연설에서 “패권주의 반대”와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내세웠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에서 중국을 “결정적인 위협”으로 규정한 데 대한 응수다. 시 주석의 중국몽 연설은 그 자체로 미국 패권에 대한 도전 선언이자 전면 경쟁 선포다. NSS 보고서는 향후 10년을 “결정적 시기”로 규정해 이 시기가 불꽃 튀는 미·중 패권 경쟁기가 될 것을 예고했다.

시 주석은 당대회에서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았고 경쟁 그룹도 배제했다. 1인 체제로 전권을 쥐고 대미 항전을 하겠다는 뜻이다. 시 주석이 장기집권 명분으로 대만과의 통일을 내세우고 이를 밀어붙임으로써 마오쩌둥(毛澤東) 지위에 오르려 한다면 3기 임기 중 자행할 가능성이 크다. 미·중이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져 전쟁을 벌일 수 있는 위험한 시기는 바로 앞으로 5년인 것이다. 시 주석은 당대회 개막 연설에서 대만과의 ‘무력 통일 불사’ 방침을 피력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대만 유사시 개입하겠느냐’는 질문에 “예스”라고 답한 바 있다.

시 주석이 미국과의 경쟁을 핑계로 마오 시대로 회귀하는 것은 퇴행이다. 중국은 그간 포퓰리스트에 휘둘리는 서구 민주주의보다 반대파의 견제 속에 균형이 이뤄지는 자신들의 집단지도체제가 더 우월하다고 선전했는데 이번엔 그런 전통마저 깨졌다. 시 주석은 정치국 상무위원을 전원 측근들로 채우며 1인 독재 체제를 구축했다. 과거 마오처럼 ‘함께 잘살자’(공동부유론)를 슬로건으로 내걸어 정치에 이어 경제도 사회주의적 방식으로 운영할 뜻을 내비쳤다.

북한식 수령 숭배 체제 징후도 뚜렷해졌다. 당장에 시진핑 사상을 명문화해 지도자 숭배를 공식화했고 당대회에서는 ‘집중 통일 영도’가 강조됐다. 시 주석은 김정은에게 보낸 서신에서 ‘새로운 정세에서 중·북 단결과 협력’을 강조했다. 미·중 패권 경쟁 와중에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핵·미사일 개발에 면죄부를 주겠다는 뜻이다. 덩샤오핑(鄧小平) 시대 중국 지도부는 박정희 모델을 벤치마킹해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했고 주룽지(朱鎔基)·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는 한국의 경제개발 과정을 복기하며 국부를 늘리는 데 힘썼다. 그런 중국이 1인당 소득 1만 달러 시대에 이르러 돌연 북한식 주민 통제까지 도입하며 실패국가 북한을 따라가는 것은 기막힌 일이다.

중국이 러시아, 북한 같은 독재국으로 후퇴하는 기류가 뚜렷해진 만큼 대중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결정적 위협으로 규정한 뒤 유럽연합(EU)도 중국에 대한 전략을 바꿀 움직임이다. EU 정상회의에 제출된 전략보고서는 ‘협력 파트너이자 경제적 경쟁자였던 중국을 전면적 경쟁자로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 6월 나토는 12년 만에 전략개념문서를 개정해 중국을 ‘안보적 도전’으로 규정했다. 일본도 지난 5월 경제안보법 제정에 이어 대중 전략 조정을 위한 ‘국가안전보장전략’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만 중국에 절절매며 눈치를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친중 입장을 고수하고, 윤석열 정부도 무엇이 두려운지 대중 전략 조정에 소극적이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 대사가 관훈토론회에서 말한 것처럼 중국은 북핵 해결을 위해 한 일이 거의 없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해도 시 주석은 김정은 편을 들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북한 문제를 푸는 데 중국 도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망상이다.

윤 정부는 중국의 본색을 직시하고 중국 리스크 해소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미·일·EU처럼 ‘국가안보전략에서 중국은 위협인가, 아닌가’ 관점 정리부터 해야 한다. 둘째, 일본처럼 경제안보법을 제정해 미·중 패권 경쟁시대 공급망 확보, 첨단 테크놀로지 기업 육성 등 산업정책을 외교안보적 시각으로 통합 접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비해 동맹·자유 진영과 공동 대응 방안을 짜야 한다. “우크라이나의 오늘은 동아시아의 내일이 될 수 있다”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언급처럼 대만 사태는 언제든 한반도 사태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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