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숙제’ 넉달만에 해결… 넓은 시야로 강공 펼치는 ‘경제 책사’

  • 문화일보
  • 입력 2022-11-14 09:06
  • 업데이트 2022-12-2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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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수십 년째 해결되지 않던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성공한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의 리더십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포즈를 취하고 있는 강 회장의 모습.KDB산업은행 제공



■ 베스트 리더십 -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

“구조조정, 피해자도 있지만
부실 없애고 경쟁력 키워야”
대주주 책임-경영정상화 등
‘원칙’세워 빠르게 매각 진행

부산 이전 놓고 노조와 갈등
소통위 꾸려 勞의견 듣기로

박근혜 정부 당시 경제수석
공무원 연금 구조 개혁 단행
30년 간 185조원 절감 성과


“산업은행의 모든 구성원과 함께 마주하고 있는 당면 과제들을 풀어가도록 노력하겠다.”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6월 임명 당시 ‘무거운 책임감’을 언급하며 과제 해결 의지를 우선적으로 언급했다. 산은에는 실제로 굵직한 기업 구조조정과 문제가 있었다. 올해 초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하려 했다가 무산된 상황이었고, HMM·KDB생명보험의 매각 과제도 눈에 들어오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는 대우건설 매각에 대해 절차상 투명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봐 경고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산적 현안 차분한 ‘강공 드라이브’ = 강 회장은 취임과 함께 산적한 과제를 풀어야 할 ‘해결사’ 역할을 주문받았다. 그가 이 상황에서 강조한 대목은 ‘속도’였다. 가장 논란이 크게 일었던 대우조선해양부터 하나씩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금융권에서도 강 회장의 취임 이후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강 회장의 공언대로 지난 9월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을 한화에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내년 상반기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1999년 대우조선해양이 워크아웃된 이후 23년간 묵은 과제를 취임 4개월 만에 해결한 것이다. 한화는 연내 최종 투자자 선정과 본계약(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기업결합, 방산업체 인수 승인 등 국내외 인허가를 취득한다는 계획이다.

매각 과정에서 이른바 ‘헐값 매각’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강 회장은 거침이 없었다. 가격 문제 등으로 시간을 끄는 것보다는 빠른 매각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지로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강 회장은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이해관계자의 고통분담 △지속 가능한 경영정상화를 구조조정의 3대 원칙으로 세웠다. 빠른 매각이 추진될 수 있었던 동력이다.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다른 과제들도 조속히 해결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지난달 20일 산은이 구조조정을 담당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 “남아있는 매각을 조속히 추진해 민간의 역량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잇단 구조조정…성과로 입증 방침 = 강 회장은 산은을 이끄는 입장에서 국내 산업 전반의 체질을 개선하고 혁신기업을 지원해 육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체질 개선을 위해 순조롭게 진행 중인 대우조선해양 매각 건 외에도 주요 기업의 구조조정과 매각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기업결합, KDB생명보험 매각이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해외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심사가 계속되면서 대한항공의 인수가 늦춰지고 있다. 매각을 반대하며 산은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노동계와의 갈등도 풀어야 한다. 산은은 다음 달 중으로 심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산은의 수차례 매각 시도에도 번번이 실패한 KDB생명보험 매각 작업도 남아있는 과제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KDB생명 매각 주관사로 삼일PwC를 선정하고 연내 매각 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HMM은 해운업 호황으로 기업가치가 크게 올라 매각설이 대두되고 있다. 향후 원활한 인수합병 여건 조성을 위해 산은이 보유한 HMM 지분을 일정 부분 단계적으로 매각해야 할 필요성이 떠오른다.

한국GM 지분 매각도 계획하고 있다. 산은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 2018년 한국GM 구조조정 과정에서 2028년까지 산은이 지분을 보유하기로 합의했다. 산은은 이번 계획안에는 구체적 매각 시점을 밝히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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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점 부산 이전, 노조와 소통하겠다 =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을 둘러싼 노동조합과의 갈등도 풀어야 한다. 노동조합과는 강 회장 취임 초기부터 마찰을 빚고 있다. 산은 노조는 지난 6월 7일 강 회장이 임명됐지만 같은 달 21일까지 출근을 저지했다. 산은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강 회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소통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메시지에서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대화하면서 여기서 모인 구성원의 목소리를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겠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다만 지난 9월 본사 이전을 위한 이전준비단을 발족하는 등 부산 이전에 대한 의지를 재차 드러내자 노조 구성원들과의 갈등의 골이 쉽게 풀리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9월 기준 이 준비단에는 2급 직원 2명, 3급 직원 6명, 4급 직원 2명 등 총 10명이 발령됐다.

노조와의 관계가 여전히 껄끄럽지만 강 회장은 소통을 중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전임인 이동걸 전 산은 회장이 언론에 적대적으로 비칠 만큼 거리를 둔 것은 금융권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강 회장은 전임 회장과 정반대 모습이라는 평가다.

10월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발표내용을 꼼꼼하게 숙지하고 기자들의 질문에도 막힘없이 대답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관련한 긴급 브리핑에서도 홍보실을 통해 기자들에게 브리핑이 어땠는지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언론과 소통하는 강 회장의 DNA가 산은 내부에도 전파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넓은 시야의 경제 역량 갖춰 = 강 회장의 강력한 추진력과 소통의 바탕에는 오랜 기간 연마된 경제 책사로서의 경력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 대통령의 ‘경제 과외교사’로 불릴 정도였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함께 박근혜 정부의 정책 공약을 총괄했다. 박근혜 정부 경제팀은 호흡이 잘 맞았다는 평가다. 2012년 남유럽 재정위기가 닥친 이후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했지만 재정은 탄탄히 유지됐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재정 여력을 보유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강 회장을 비롯한 당시 경제팀이 ‘축적 경제’를 만들려 노력한 결과로 평가된다. 강 회장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우리 때는 축적 경제를 만들려고 노력했다”며 “재정지출을 적절하게 증가시키면서 공공부문 구조개혁을 단행해 비효율을 줄이는 데 매진했다”고 밝혔다. 이는 주변의 비판에도 필요한 개혁은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공직 사회의 큰 반발을 부른 공무원 연금개혁 역시 대표적 사례다. 당시 기준 공무원 연금개혁으로 30년간 185조 원을 아낀 것으로 추산된다.

냉철한 구조조정 전문가로 볼 수도 있지만 강 회장은 부작용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잘 알고, 해소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는 “구조조정은 누구나 하기 싫어한다. 누군가 직장을 잃고 피해를 봐야 하지 않나”라고 말한 바 있다. 강 회장은 그러면서도 “부실한 부분을 제거하고 새살을 돋게 하는, 즉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있어야만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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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 관계 ‘파워그룹’ 서울대 82학번 출신… 박근혜 경제팀 ‘위스콘신 4인방’

대우경제연구소장과 인연으로
박근혜 대선캠프 경제공약 세워

원희룡·나경원·이혜훈 등과 동문
금융권 선후배는 김주현·이창용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한때 ‘위스콘신 4인방’으로 불렸다.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과 정책조정수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각각 맡은 강 회장과 안종범 전 수석, 최경환 전 부총리를 비롯해 유승민 전 의원이 모두 1980년대 중반~1990년대 초반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강 회장의 경우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강 회장은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안 전 수석은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로 일하다가 대선 캠프에 들어와 경제 공약을 만들었다.

강 회장은 미국 유학 직후 한국에 돌아와 첫발을 대우경제연구소에서 내디뎠다. 이때 연구소장이 박 전 대통령의 경제 교사로 알려진 이한구 전 의원이다. 이 전 의원은 20대 총선 때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강 회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82학번이다. 서울대 82학번은 각계 요직에서 파워그룹으로 통하면서 한때 정·관계의 ‘신주류’로 촉망받기도 했다. 정·관계에만 해도 최상목(법학) 청와대 경제수석, 원희룡(법학) 국토교통부 장관, 나경원(법학)·이혜훈(경제학) 전 의원 등이 있다.

특히 이 전 의원은 20대 총선 때 나란히 강 회장과 함께 출마하기도 했고, 신입생 시절 스터디 그룹을 같이하기도 했다. 학계에는 장하준(경제학)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김난도(법학)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진중권(미학) 광운대 특임교수 등이 있다. 경제계에는 서영경(경제학)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전병조(경제학) 전 KB증권 대표 등이 있다.

금융권에 포진하고 있는 서울대 경제학과 선후배도 즐비하다. 위로는 77학번인 김주현 금융위원장·김광수 전국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해 80학번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있으며, 아래로는 86학번인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91학번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있다. 강 회장의 서라벌고 출신 선배로는 정병국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장, 전하진 전 의원 등이 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

■ 강석훈 산은 회장

△1964년생 경북 봉화 출생 △서라벌고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美 위스콘신대 매디슨 경제학 박사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 HRD분과위원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 △제19대 국회의원(서울 서초을)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2022년 KDB산업은행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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