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의 시론>중국의 ‘北 뒷배’ 역할 좌시할 수 없다

  • 문화일보
  • 입력 2022-11-2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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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민주주의 힘 보여준 우크라戰
美중간선거서도 트럼프 퇴조
시진핑 3기 中체제 낙관 실종

G20 ‘푸틴.김정은 核’ 경고에도
中은 ‘우려 해소’ 앞세워 北 두둔
동맹 공조만이 북핵 해결 열쇠


2022년은 글로벌 민주주의가 쇠퇴 국면에서 회복되는 전기를 마련한 해로 기록될 것 같다. 연초만 해도 세계 각국의 민주주의 국가들이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처지에 빠졌다는 비관론이 팽배했지만,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민주주의 파워를 재확인하게 된다. 만성적인 정국 불안에 빠져드는 민주주의 체제보다 거시적 국가 정책을 세울 수 있는 권위주의 체제가 낫다는 중국 체제 우월론자들의 주장도 힘이 빠지는 기류다.

우선, 러시아 독재자 블라디미르 푸틴의 침략전쟁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인들이 민주주의의 저력을 확인시켜준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 침공 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우크라이나인들의 대러 항전은 자유민주주의 회생의 희망이 됐다. 냉전체제 붕괴 후 ‘자유민주주의의 최종 승리’를 선언했던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푸틴의 침공 후 “우크라이나가 ‘1989년 정신’(자유주의 승리)을 재생시켜 줄 것”이라고 했다. 최근 전황을 보면, 그의 예측대로 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중간선거에서도 민주주의의 힘이 확인됐다. 4월 헝가리 총선에서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승리했을 때만 해도 “선거가 비자유적 민주주의(illiberal democracy)로 가는 수단이 됐다”는 탄식이 나왔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을 통해 오르반처럼 ‘선출된 독재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헝가리의 오늘이 미국의 내일이 될 것”이라는 비관론도 팽배했다. 그런데 중간선거에서 트럼프가 밀었던 상원의원 후보들이 낙선하면서 트럼프 열풍은 사그라드는 기류다. “민주주의를 위해 투표하라”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호소에 유권자들이 화답하며 바이든의 리더십도 힘을 받고 있다.

반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0월 공산당 20차 전당대회에서 3연임에 들어섰지만, 중국이 미국을 넘어서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시 주석의 제로 코로나 집착에 대한 국내적 반발이 심상치 않은 데다 경제 성장세마저 꺾인 상태다. 시진핑식 전체주의가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 속에 중국의 부상에 대한 낙관론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미·중의 파워 변화를 확인시켜준 무대다. G20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대부분의 회원국은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러시아 편에 서서 반대했지만,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이 상황에 대해 다른 견해와 다른 평가도 있다”고만 명시했을 뿐이다. 나아가 “핵무기 사용이나 위협은 용납할 수 없다”는 문구까지 넣어 푸틴과 김정은의 핵 도박 가능성에 고강도의 경고를 보냈다.

시 주석은 G20 공동성명에도 불구하고 한·중, 미·중 양자회담 때 대놓고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두둔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역할해 달라”고 하자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며 동문서답식 답변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의 7차 핵실험 저지 공조를 얘기하자 “북한의 합리적 우려 해소가 필요하다”며 김정은 대변인 같은 말까지 했다. 합리적 우려란 곧 대북 적대시 정책 철폐, 즉 한미동맹 해체를 의미한다.

2014년 방한 때 “한반도 비핵화”를 말했던 시 주석이 “북한의 우려 해소”를 요구한 것은 한·미 양국과의 북핵 해결 공조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1기 집권 때에는 북핵 해결 협력을 내세웠지만, 3기에 접어들며 북한식 전체주의로 퇴행하면서 북핵을 중국의 대미(對美) 협상용 수단으로 쓰겠다는 신호다. 돌이켜보면 1992년 한·중 수교 후 중국은 늘 한미동맹을 “냉전의 유물”이라고 비난했다. 청산 대상임을 분명히 한 것인데, 역대 정부는 그런 중국의 본색을 외면했다. 진보·보수 정권 모두 “북핵 해결을 위한 협력국”으로 추켜세우기 바빴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도 중국은 “대화를 통한 우려 해결”을 내세우며 김정은을 두둔했다. 윤 정부는 그런 중국의 실체를 제대로 봐야 한다. 중국 위압에 겁먹지 말고 망상에 기초한 대중 정책을 청산한 뒤 동맹·자유진영과 북핵 문제 근본 해결을 위한 전략 공조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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