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열을 경험하는 놀라운 순간,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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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2-11-2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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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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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열은 ‘배우’라는 수식어가 썩 잘 어울린다. 그 수식어에 걸맞은 연기력을 갖췄다는 의미다. 설익은 연기력으로 쉽게 주연 배우 자리를 꿰차는 이들이 즐비한 요즘, 류준열은 ‘동급 최강’이라 불릴 만한 탄탄한 연기력을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맞상대가 ‘연기 9단’ 유해진이었다. 하지만 류준열은 한 치도 밀리지 않았다. 영화 ‘올빼미’(감독 안태진)에서 타이틀롤이라 할 수 있는, 주맹증을 앓고 있는 맹인 침술사 경수 역을 그에게 맡긴 이유다.

‘올빼미’는 23일 개봉했다. 이 날 10만1598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극장가가 침체기에 빠지며 일일 관객 3만 명을 모으기도 힘든 상황 속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이다. "잘 나왔다"는 입소문이 돈 덕분이다. 개봉 후에는 "소문대로다"라는 관람평이 퍼지고 있다.

"인상 깊은 리뷰요? 제 연기에 대한 얘기하는 걸 쑥스러워 하는데…. ‘몰입감 있었다’ ‘박진감 넘쳤다’는 평이 많은 것 같아요. 만듦새가 괜찮다는 반응이어서 다행이에요."

류준열의 맹인 연기는 단연 돋보였다. 주맹증으로 인해 빛이 있는 낮에는 볼 수 없지만, 밤이 되면 눈을 뜬다. 올빼미처럼. 이 때 류준열의 시선 처리 연기가 탁월하다. 초점 없는 그의 눈에 어느덧 생기가 돈다. 이와 함께 밤과 낮, 극의 흐름 역시 달라진다.

"안 보일 때 어떻게 비춰지느냐가 중요하죠. 눈을 감고 연기하면 차라리 편할 텐데, 캐릭터 특성상 눈을 감으면 전개가 안 되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명확한 무언가를 보고 있지 않도록 시선처리했어요. 패션쇼를 많이 보는데, 그 때 워킹하는 모델들의 눈빛을 보면 ‘이걸 보여준다’라기 보다는 약간 꿈꾸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제가 그린 경수 역시 시선이 정확하지 않고, 마치 꿈을 꾸는 듯한 눈이었죠."

경수를 보다 섬세하기 연기하기 위해 류준열은 실제 주맹증을 앓고 있는 이들과 만나 대화를 나눴다. 스스로는 "제가 게으른 편이라…"라고 말하지만, 연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그의 잰걸음은 멈추지 않았던 셈이다.

"주맹증을 앓고 계신 분들과 인터뷰를 나누면서 도움을 받았어요. ‘올빼미’에서 경수가 뛰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 맹인 학교도 ‘뛰지 마시오’라는 팻말이 있어요. 흐릿하게 사물을 보는 분도 있고, 나이가 들면서 점점 시력을 잃는 분들도 계시기 때문에 경수의 모습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류준열과 유해진의 앙상블은 ‘올빼미’를 즐기는 묘미다. 특히 경수가 인조의 등 뒤에서 침을 놓고, 경수를 의심하는 인조가 넌지시 폐부를 찌르는 질문을 던지는 장면은 압권이다. 두 배우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서늘한 대화를 주고 받는 이 장면의 몰입도는 대단하다. 류준열 역시 이 장면의 연기합을 두고 "놀라운 순간이었다"고 떠올렸다.

"배우와 배우가 눈을 보지 않고 대화한다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을 가진 연기의 시작이었어요. 완전히 새로운 느낌이었죠. 경수는 평민이다 보니, 왕족과 눈을 마주치고 대화할 일이 별로 없어요. 그런데 인조가 경수에게 등을 내준다는 것은 속내를 보여주는 것과 같았죠. ‘올빼미’에서 굉장히 상징적인 장면이었는데 잘 표현했다는 평을 들으니 뿌듯하고 감격스러워요."

‘올빼미’를 두고 적잖은 이들이 "캐스팅의 성공"이라고 입을 모은다. 데뷔 25년 만에 처음으로 왕 역할에 도전한 유해진뿐만 아니라, 타이틀롤을 맡은 류준열의 존재감은 ‘올빼미’를 가득 채우고 넘칠 정도다. 영화 ‘택시운전사’와 ‘봉오동 전투’에서 이미 호흡을 맞춰 본 적이 있는 두 사람은 ‘올빼미’를 통해 충무로 영화사에 또 하나의 획을 긋는 투 숏(two shot)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올빼미’의 시사회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유해진의 칭찬에 류준열이 눈시울을 붉힌 장면은 자주 회자된다.

"유해진 선배님이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됐다’ 싶었죠. 불안과 광기를 가진 인조 역에 선배님은 최적이었어요. 우리가 익히 아는 뻔한 왕의 모습이 아니라는 점도 좋았고요. 선배님의 칭찬을 받았을 때 여러 감정이 교차했어요. 제가 신인일 때 ‘택시운전사’를 통해 뵙고, ‘봉오동 전투’ 때 다시 만났죠. 그리고 2∼3년이 지난 후 다시 만난 건데, 항상 제가 연기 생활을 이어나가는데 도움이 되는 좋은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웃으며)원래 제가 눈물을 쉽게 보이는 캐릭터가 아닌데, 정말 선배님의 한 마디가 감동이 컸던 것 같아요."

안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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