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의 시론>안보 바로 세울 ‘尹 독트린’ 필요하다

  • 문화일보
  • 입력 2022-12-16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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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북핵 위협 전면화한 원년 2022
더 이상의 비핵화 협상 무의미
尹정부 출범으로 시정할 기회

한미동맹 복원·확장으론 부족
추가 사드, MD, 한·미·일 협력
‘逆 3불’ 검토로 中 압박해야


올해는 북한의 핵 위협이 전면화한 원년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 해 내내 중·단거리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벌였고 전술핵 부대 운용까지 공개하며 핵이 대남 공격용임을 노골화했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이 진행돼도, 미 전략 폭격기가 떠도 미사일을 쏠 정도로 대담해졌다. 핵보유국이라는 자신감으로 도발을 반복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만성적 위협 속에 놓인 이스라엘이 된 느낌이다. 7차 핵실험은 안보위기가 임계점을 넘는 신호가 될 것이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최근 김대중(DJ)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22주년 기념 학술회의 기조강연에서 “북한의 핵 보유라는 객관적 사실에 기반해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북이 핵 없는 한반도에서 평화 공존하며 통일을 찾아가자는 꿈은 북한이 9번째 핵 국가가 된 상황에서 어려워졌기 때문에 이제 나라의 자존을 유지하면서 미래를 지향하는 새로운 길을 고민해야 한다”고도 했다. 노무현 정부 때의 외교 안보 좌장이 DJ의 유산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DJ식 대북접근법의 파산’을 선언한 셈이다. 더 이상 비핵화를 우선하며 남북대화에 연연하지 말고 DJ·노무현식 대북 포용 정책의 실패를 시인한 뒤 전향적으로 북핵 대응에 나서라는 주문이다.

DJ와 노 전 대통령은 북한의 핵 개발을 간과한 채 대화를 추구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당시는 북핵 위협이 전면화하기 전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북한 핵·ICBM 위협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도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믿는다’면서 대북제재 해제를 촉구해 책임이 무겁다. 문 전 대통령이 평화 환상에 젖어 베짱이처럼 김정은에게 대화를 구걸하는 사이 북한은 핵·미사일 질주를 지속해 송 전 장관 지적대로 이제 북핵은 제어하기 어려운 단계로 진입했고 우리나라는 막다른 상황으로 내몰렸다.

반면, 일본은 개미처럼 치밀하게 준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미국의 아태 정책을 인도·태평양으로 전환시키는 아이디어를 제공하면서 미·일·호주·인도 4개국 쿼드 체제를 구축했다. 한국이 북·중·러 편이 될 것에 대비해 안보 밑그림을 그린 것이다. 또, 평화헌법을 ‘해석 개헌’하는 형식으로 집단적 자위권을 확보했다. 그를 계승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유사시 적 기지 공격 등을 명시한 국가안보전략·방위계획대강·중기방위력정비계획 등 안보 3문서 개정을 진행해 16일 각의에서 의결한다. 북한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일본의 이 같은 대응을 군사 대국화로 비난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국제 전문가들은 3·9 대선이 동아시아의 지정학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올해 가장 중요한 선거라고 얘기한 바 있다. 문재인식 친북·친중 정책 지속이냐 탈피냐의 갈림길에서 한국의 민심은 후자를 택했고, 대한민국의 천운은 끝나지 않았다는 게 재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일 만에 개최된 서울 한·미정상회담에서 동맹 업그레이드가 천명됐고, 핵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한국을 지킨다는 확장억제 정책도 강화됐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지난 7개월은 문재인 정권 때의 안보 퇴행을 바로잡는 시간이었다. 주적에서 배제됐던 북한을 적으로 복원한 것, 표류하던 한미동맹을 안보·경제 동맹으로 격상시킨 것, 파국 위기에 몰린 한·일 관계 정상화 모멘텀을 잡은 것이 대표적이다. 나토 정상회의 참석도 자유 진영의 일원으로 복귀하겠다는 신호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중국에 관한 한 윤 정부도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발리 회담 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북한의 안보 우려 해소를 얘기했을 때 윤 대통령은 반박하지 않았다. 사드 3불에 대해서도 “전 정부의 입장”이라는 식으로 소극적 회피 태도를 보인다. 중국이 북한을 두둔하는 한 한·중 공조는 망상이다. 왜곡된 대중(對中) 관계를 바로잡지 않으면 안보 정상화가 어렵다. 중국이 북핵을 용인한다면, ‘역(逆) 사드 3불’ 즉, 추가 사드 배치, 미사일방어(MD) 참여,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윤 대통령도 문 전 대통령과 다르지 않다는 인식을 중국에 줄 것이고, 나라의 자존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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