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의 시론]‘文 부동산 대못’ 뽑기, 지금이 적기다

  • 문화일보
  • 입력 2023-01-0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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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논설위원

尹 과감한 규제 철폐 바람직
금리 인상에 집값 자극 적어
서울 PIR 14.1배 아직 높아

文 규제 없애야 연착륙 가능
부동산 PF發 위기 차단 시급
충분한 주택 공급 준비해야


윤석열 정부가 새해 들어서자마자 부동산 규제 철폐에 나섰다. 1·3 대책을 통해 문재인 전 정부가 지난 2017년부터 도입해 이중삼중으로 규제했던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을 대거 해제했다. 집값 급등에 비해 하락 폭이 덜한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만 빠졌다. 이에 따라 민간 주택의 분양가 상한제도 사실상 폐지됐다. 예상을 웃도는 신속·과감한 결단이다.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종합부동산세를 낮춘 데 이어 부동산 시장을 문 정부 이전으로 복원하는 정상화 2탄이다. 매번 발목을 잡는 법 개정도 이번에는 별로 부담이 없다. 실거주 의무 폐지를 위한 주택법과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개정 정도에 그친다. 방향과 실행력 모두 바람직한 행보다.

사실 얽히고설킨 부동산 규제 대못을 뽑기엔 지금이 적기다. 무엇보다 금리 인상이 최소한 상반기까지는 계속될 전망이어서 집값을 자극할 우려가 적다. 오히려 지금은 거래 절벽 속에서 계속되는 집값 급락으로 인한 부동산 경착륙을 막는 것이 발등의 불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전국 매매가는 -7.25%, 수도권은 -9.16%, 서울도 -7.23% 내렸다. 특히, 서울의 대표적인 중산층과 서민층 밀집지역 집값 하락세가 더 가파르다.

그렇지만 집값은 아직도 문 정부 초반기 수준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국토교통부의 2021년 주거실태조사에서 서울의 소득 대비 집값 비율인 PIR는 14.1배나 된다. 소득을 한 푼도 안 쓰고 14년 이상 모아야 서울에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코로나 확산 직전인 2019년(12.5배)은 물론 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8월(12배)보다 높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12월 한국의 집값 추가 하락 가능성을 경고했던 정도다. 더욱이 금리 인상은 집값 하락 위험을 더 키울 것이란 지적이다. 국내 전문가들도 금리 인상 부담으로 상반기까지는 집값이 오르기 힘들다고 전망한다. 문 정부 때의 집값 버블이 아직까지도 꺼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부동산이 정상화하려면 문 정부의 규제 대못을 뽑아야 하고, 그래야 연착륙도 가능하다.

규제 완화 효과는 올해 주택·토지 공시가격 하락으로 분명하게 드러날 전망이다. 국토부가 공시가 현실화율을 지난 2020년 수준으로 낮춘 효과다. 표준 단독주택·토지 공시가는 이미 전년보다 내려갔고, 오는 3월엔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 인하가 예고돼 있다. 상당수 국민은 하반기 재산세·종부세 고지서를 받으면 감세를 실감할 것이다. 이런 체감을 통해 윤 정부의 규제 완화가 더욱 속도를 내고, 정책 신뢰도와 국정 동력도 더 커질 수 있다. 그렇지만 현실은 여전히 험난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내달 다주택자 취득세·양도소득세 중과 완화를 포함한 세제 개혁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는 꽉 막힌 주택 거래에 숨통을 트고, 서민용 전월세 물량을 확대하는 것과도 직결된다.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 2법 개정,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특별법 제정 등도 처리돼야 한다. 그러나 윤 정부가 추진하는 법안이라면 일단 막고 보는 거대 야당을 넘어야 가능하다. 문 정부의 실패가 확인된 부동산조차 문 정부 이전으로 복원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지금은 부동산 연착륙이 시급하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가 자칫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지난해 3분기 기준 PF가 총 140조 원을 넘고, 특히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큰 부동산 개발에 자금을 댄 2금융권의 대출이 109조 원이나 된다. 이미 부실 조짐이 보인다. 위기를 원천 차단하려면 부동산 시장에 숨통을 터주는 연착륙이 요구된다. 추경호 경제팀은 지난해 한전채 파동 같은 실책을 반복해선 안 된다. 충분한 주택 공급도 병행해야 한다.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와 청년들이 자금·입주 시기 등을 맞춰 분양·임대주택을 준비하려면 강남을 포함, 연도별·지역별 주택 공급 계획이 제시돼야 한다. 규제만 외치다가 공급을 외면해 대란을 불렀던 문 정부 때처럼 집값이 치솟으면 당연히 안 되지만, 급락해도 국민은 고통이다. 냉탕·온탕을 오락가락하는 ‘샤워실의 바보’ 꼴이 되지 않으려면 면밀한 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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