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동의 시론]‘스스로 망한 뒤 멸망’ 경고와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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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1-09 11:40
업데이트 2023-01-09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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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논설위원

인허가 편의 봐주고 182억 모은
성남FC 같은 행태 당당하다면
모든 지자체 그렇게 해도 되나

이재명 검찰 출두 여러 번 예상
당 죽이는 건 檢 아닌 아부 경쟁
YS DJ 민주화 투쟁까지 모욕해


“어디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김남국 의원에게 돈 봉투 전달하는 소리 같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부스럭’ 소리가 나자 한 말이다. 이에 다른 참석자가 종이를 구기며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장단을 맞췄다. 이틀 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노웅래 민주당 의원 체포동의안 요청 이유를 설명하면서 “노 의원의 ‘지난번에 주셨는데, 뭘 또 주시느냐’는 목소리, 돈 봉투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도 녹음돼 있다”고 발언한 것을 비판한답시고 한 것으로 보이는데, “참 어처구니없는”(이 대표), “괴이할 뿐”(한 장관)인 한 편의 자학(自虐) 개그다.

구속 기소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사건에 연루된 사업가에게서 6000만 원의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노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것을 스스로 상기시킨 것이다. 이 대표가 대선 패배 후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을 때 낙선하면 정치생명이 끝이라는 듯, 유세 도중 자신의 목을 스스로 긋는 장면을 연출한 것만큼 엽기적이다. 문제는 이런 괴이한 엽기적 행태가 당내에서 아무런 비판이나 견제를 받지 않고 이뤄지고 있을 정도로 민주당이 상식과 동떨어져 막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모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10일 성남지청 출두를 지난 6일 밝히면서 “당당하게 조사에 임할 것”이라고 했지만, 민주당은 9일부터 개의되는 1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 최소 6월 말까지 이 대표의 구속을 막는 방탄 국회를 만들었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2∼6월은 임시국회를 자동으로 열게 돼 있어 7월까지 시간을 번 것으로, 방탄막 뒤에 숨어 “당당한 출두”를 언급하는 유치함과 좀스러움에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성남FC 사건은 이재명 성남시장이 일화축구단을 인수한 뒤 운영비용이 부족하자 두산건설, 네이버, 분당차병원 등 성남시에 민원이 있는 기업들을 찾아 부지 용도변경과 용적률 상향, 건축인허가 등을 도와주고 후원금 182억 원을 받은 것이다. 이것이 3자 뇌물죄인지 법정에서 다투겠지만, 이것이 합법이면 모든 지자체장이 유사한 일을 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당시 두산건설 대표와 성남시청 전략추진팀장은 구속 기소됐다. 공소장엔 ‘김 팀장이 이재명-정진상(성남시 정책비서관)과 공모했다’고 적시돼 있다. 이 대표는 이 외에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돼 있고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에 연루돼 있어 “정치 검찰의 무리한 수사” “정적에 대한 정치보복” 운운으로 방어막을 친다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성남FC 사건 구속영장은 노웅래 체포동의안 부결처럼 피한다고 해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사건들에서 일일이 청구될 이 대표 구속영장을 전부 다 국회 본회의 표결로 막을 경우, 민주당은 파멸적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사정이 이런데도 본인 및 주변에선 면피성, 아부성 발언만 쏟아진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이 대표)고 하고, “제1야당 당수를 구속한 전례가 없다. 나라가 뒤집어진다” (우상호 전 당 비상대책위원장)는 등 억지를 부린다. 비교적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우상호 의원이 이 정도면 상식적 판단이 설 자리는 없다고 봐야 한다. 그는 “김영삼 당수를 국회의원에서 제명한 박정희 정권은 무너졌다”고까지 했고,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 대표가 온갖 비리 의혹에도 꼿꼿이 버티고 잘 싸운다는 이유로 “김대중 전 대통령보다 훨씬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군사 독재정권의 탄압을 견디며 야당을 이끌었던 YS와 DJ를 ‘이재명에게 아부하기 위해’ 왜곡하고 욕보인 것으로, 이런 견강부회(牽强附會)가 없다.

이 대표와 민주당 의원들, 개딸은 검찰 수사를 이재명과 민주당 죽이기라고 하지만, 진짜로 민주당을 죽이는 건, 당을 방탄으로 이용하는 이 대표이고, 그런 이 대표를 옹호하는 최고위원들이며, 우상호·박지원 같은 중진·원로들이다. ‘나라는 반드시 스스로를 멸망시킨 후에 남에게 멸망 당한다(國必自伐而後 人伐之)’. 2300년 전에 맹자가 한 것으로 민주당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지만, 지금 민주당엔 우이독경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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