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1인 정당 체제’의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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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1-2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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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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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완 정치부 차장

“결코, 대선 레이스를 완주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이들에게도 2017년 2월 1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충격이었다. 특히, 야권의 문재인 후보에게 대항할 유일한 여권 주자로 거론되던 반 전 총장을 영입해 ‘큰집’ 새누리당을 흡수, 정권 창출을 꿈꾼 바른정당은 패닉을 넘어 그로기 상태였다.

바른정당은 2017년 1월, 비박(비박근혜)계를 중심으로 정통 보수정당에서 분당한 보수신당이었다. 당시 30여 명의 인사로 구성된 바른정당에는 김무성, 권성동, 남경필, 원희룡, 유승민, 정병국, 주호영 등 새누리당을 이끈 중진이 대거 참여하는 등 의석수 100석이 무너진 새누리당을 크게 압박하고 있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져 차기 대선에서 희망이 없다고 느낀 새누리당 의원들은 바른정당 지도부에 입당 가능성을 묻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때만 해도 바른정당은 반 전 총장을 ‘꽃가마’ 태워 모셔온다면 정권 창출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그 꿈은 반 전 총장의 갑작스러운 불출마 선언으로 끝내 물거품이 됐다.

바른정당은 ‘개혁·중도보수’라는 새로운 기치를 들고 출범했다. 반성하지 않고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한 기존 보수정당과 차별화하기 위한 작업도 진행했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의 대미를 장식하는 화룡점정(대선 승리)은 ‘반기문 영입’이 성사됐을 때 비로소 가능했다. 반 전 총장은 박근혜 정권 창출에 기여하지 않아 국정농단 의혹의 ‘원죄’가 없으면서 만인에게 존경받고 있었다. 지지율 조사에서 선두로 치고 나간 문 후보를 따라잡을 유일한 카드였다. 그러나 바른정당은 반 전 총장과 합쳤을 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자 영입을 뜸 들이면서 골든타임을 놓쳤고, 이때 정당에 속하지 못해 보호받지 못하던 반 전 총장은 맨몸으로 의혹 보도에 시달리다 그만 레이스를 중도에서 포기했다.

반 전 총장의 하차로 바른정당은 순식간에 ‘추풍낙엽’ 신세가 됐다. 새누리당에서 오던 입당 문의 전화는 끊기고, 1·2차 집단탈당 사태 등 내홍에 휩싸였다. 그러다 창당 1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친정을 배신한 현대 정치의 반정(反正)이 이처럼 허무하게 막을 내린 데는 우리가 친박(친박근혜)계보다 더 낫다는 선명성만 내세운 채 오직 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의존한 탓이 크다. 바른정당 출신의 한 인사는 “한 사람에게 ‘올인’하는 정치가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고 회고했다.

5년이 흐른 지금, 더불어민주당은 옛 바른정당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바른정당처럼 분당(分黨)만 하지 않았지,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쌓인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의 앙금은 여전히 생물처럼 살아 있고, 민주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 1인 독주 체제’에 몰입한 채 사법리스크라는 불안한 외줄을 타고 있다. 만약 이 대표가 대표직을 끝까지 수행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뚜렷한 대안이 없는 ‘이재명 바라기’로 전락한 민주당은 과거 바른정당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이 대표와 적당한 거리 두기가 민주당이 살길이다. 주식의 기본은 분산 투자이듯 정치는 권력 분산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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