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의 시론]망가진 미래산업 생태계 복원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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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2-03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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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논설위원

사우디·UAE 잇단 러브콜 호기
드론·로봇 등 中이 장악 암울
친중 文정부 때 생태계 무너져

새 스타 키우는 대만 반도체
中企·스타트업 연계망 관건
‘빛 좋은 개살구’ 꼴 안 돼야


올해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의 화두는 실용성이었다. 아무리 혁신적인 신기술도 실생활에 쓰이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는 인식 변화가 깔려 있다. 대표적인 게 노동 로봇의 확산이다. 상수도관 탐사 로봇까지 등장했고, 카메라·화장품 업체도 로봇 팔을 선보였다. 일하는 로봇이 생활 속으로 더 들어와 혁신을 일으킬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로봇 등 미래산업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윤석열 정부도 미래산업 육성을 위한 ‘신성장 4.0 전략’ 15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배터리 등과 함께, 로봇과 드론을 활용한 차세대 물류, 한국형 소형원자로(SMR)와 청정수소 등 에너지 신기술, 미래 모빌리티 등이 포함돼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300억 달러 양해각서(MOU) 체결, UAE의 300억 달러 깜짝 투자 결정 등 잇단 러브콜은 한국의 경쟁력과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작 국내 실태를 보면 암울하다.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산업 생태계가 거의 무너져 빈사 상태에 처한 분야가 한둘이 아니다. 탈원전 탓에 붕괴 직전에 몰렸던 원전 생태계는 윤 정부 들어 복원 수순을 밟고 있지만, 태양광 설비·드론 시장은 진작에 중국 제품 천지이고, 전기차 배터리는 중국 부품 의존도가 점점 커져 90%에 육박한다. 웬만한 동네 식당도 운영하는 서빙용 로봇 역시 대부분 저가 중국산이다. 국내 시장의 90%를 장악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심지어 세계가 인정하는 전기차에서도 생계형인 1t 트럭은 중국산이 독무대다.

문 정부의 친중정책 여파가 크다. 중국은 대놓고 자국산을 우대하는데 문 정부는 이런 중국에 별다른 견제 장치 없이 미래가 걸린 시장을 개방했다. 전기차 보조금만 해도 문 정부가 중국산 트럭·버스에까지 줘 문제가 돼왔다. 그런데 윤 정부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 환경부가 2일 국산차와 중국 등 수입차 간에 일부 차등화하는 개편안을 내놨지만, 늦어도 한참 늦었다.

한국은 미래산업이 성공해야 저성장을 뚫고 더 도약할 수 있다. 그러려면 망가진 국내 생태계부터 복원해야 한다. 정부가 큰 그림을 제시하면 자금·기술을 갖춘 대기업들이 선두에 서고, 중소기업-벤처-스타트업 등이 뒤를 받치는 공급망을 갖추는 게 관건이다. 그래야 경쟁력이 생기고, 전·후방 효과를 키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대만 반도체는 벤치마킹 대상이다. 대만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1위인 TSMC를 축으로 전국을 반도체 기지화해 설계 분야 세계 3위로 큰 스타 기업을 새로 만들어 내고 있다. 바로 이런 생태계가 절실하다.

삼성전자·현대차·LG전자 등이 적극 행보를 보이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삼성전자는 로봇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곧 고령자 보행 지원 로봇 등을 내놓을 예정이다. LG전자는 가이드·방역 등 로봇 6종을 이미 상용화했다. 현대차도 전기차 외에 미국 업체를 인수해 네발 보행 로봇개를 선보이는 등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한화의 도심항공교통(UAM) 개발도 주목된다. 모두 상당한 파급 효과를 낼 마중물이 될 것이다. 윤 정부가 북한 무인기 침투를 계기로 늦게나마 무인기 개발을 강조하고, 드론부대 창설 계획을 밝힌 것도 활력소가 될 수 있다.

전통적인 세계화가 퇴조하고,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끼리 연합하는 시대를 맞았다. 경제가 곧 안보인 경제안보시대다. 기존 산업정책을 고수하다가는 도태된다. 미래산업 육성은 정부의 책무다. 관련 부처들이 실태부터 파악해 정보를 공유, 실효성 있는 실천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상대방 이익을 빼앗는 게 아니라,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망라한 생태계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이익을 나누는 것이 진정한 상생이다.

윤 정부는 중동의 대규모 투자가 조기에 실현되도록 정부·기업 합동 경제협력단을 만들겠다고 한다. 그렇지만 망가진 생태계를 방치해서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세계 일류로 키운다는 청사진을 제시해봐야 공허한 소리에 불과하다. 아무리 거액의 해외 투자를 유치해도 국내에 공급망이 총체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용없다. 세계가 한국의 실력을 인정한다. 미래산업에서 제2의 삼성전자·현대차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재주만 넘는 곰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면 모두 ‘빛 좋은 개살구’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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