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부지에 지을 건식저장시설은 ‘영구처분시설’ 아니다[기고]

  • 문화일보
  • 입력 2023-02-08 09:50
  • 업데이트 2023-02-08 10:00
프린트
■ 기고 -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부지에 건설하려는 건식저장시설이 사회적 논쟁에 휘말렸다. 국민의힘 일부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 국회의원들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원전 계속운전을 국정지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설인 건식저장시설의 건설을 반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원자력발전을 하면 필연적으로 사용후핵연료라는 방사성폐기물이 발생한다. 사용후핵연료는 많은 열과 방사선을 내기 때문에 별도의 관리를 필요로 한다. 1만 년간 관리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10만 년을 관리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사용후핵연료가 높은 수준의 열과 방사성을 내는 것은 원자로에서 나온 직후의 상황이다. 1만 년 또는 10만 년 동안 그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원자로에서 우라늄이 핵분열을 일으키면 방사성 원소가 된다. 이 방사선들은 일부는 열의 형태로, 나머지는 방사선의 형태로 방출된다.

그런데 사용후핵연료의 방사성물질은 단기간 다량의 방사선을 방출하고 방사성을 잃어버리는 원소가 있고 방사선량은 매우 적지만 장기간 방사선을 방출하는 원소가 있다. 원자로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는 시간이 경과하면 단반감기인 원소는 모두 소멸되고 장반감기인 동위원소만 남게 된다.

따라서 300∼500년이 경과하면 광산에서 채굴하는 천연우라늄 수준의 방사선만을 방출한다. 물론 맨손으로 만질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 수준이 완전히 방사선이 없는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일반환경 수준으로 서서히 떨어지는 데 1만 년이 걸린다. 따라서 방사선과 열을 다량 발생하는 그 상태로 1만 년이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고리원전 내 저장수조에서 10∼20년 보관되었던 사용후핵연료는 건식저장시설을 건설해 보관하면 콘크리트 구조물로 방사선은 차폐되고 공기의 자연대류만으로 충분히 냉각된다. 미국 원전은 대부분 이런 건식저장시설을 설치해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고 있다. 이 시설에 대해 미국 내에서 반대가 있었다는 얘기는 별로 들어본 바가 없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이슈가 사회적 쟁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를 통해 중간저장시설을 건설하고 영구처분시설에 대한 연구와 부지확보를 계획했으나 문재인 정부에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를 재차 수행하면서 시설확보를 할 시간적 여유를 없앴다. 그 결과 원전을 안정적으로 가동하기 위해서는 사용후핵연료를 임시로 보관할 설비를 건설할 필요성이 발생했다. 국회에서 다뤄지고 있는 고준위폐기물 특별법과는 별 관련이 없다. 고준위폐기물 특별법은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와 제도를 정하고 사업의 추진 주체를 명시하기 때문에 발전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자체부지 내에 임시로 건식저장시설을 건설하는 일과는 무관하다. 따라서 고리원전 부지에 건설되는 건식저장시설이 영구처분시설이 될 우려를 할 필요는 없다. 건식저장시설은 영구처분시설에 가기 전에 임시로 저장하는 것이지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그 자체로 영구처분시설로 보지 않는다. 이 설비는 1만 년을 버티는 설비가 아니기 때문이다.

마치 사용후핵연료가 10만 년 동안 위험한 것처럼, 건식저장시설이 마치 영구처분시설인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는 일부 목소리가 있는데 사실을 바로 바라봐야 한다. 국회는 행정부가 안전하게 하는지 감시해야 한다. 정치는 포퓰리즘에 현혹되지 말고 국익을 생각해야 한다. 주사 맞기 싫다는 아이에게 원하는 대로 해주는 정치는 곤란하다. 최소한 대통령의 국정과제에 동의하는 사람은 고리원전의 건식저장시설을 반대해서는 안 된다.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