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프로야구 FA 시장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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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2-0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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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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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영 체육부 차장

역대급 ‘돈 잔치’가 스토브리그를 장식했다. 이번 겨울 국내 프로야구 자유계약(FA) 시장에 풀린 돈은 792억3000만 원이다. 지난 1991년 FA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많은 989억 원이 오갔던 지난 시즌에 이어 역대 2위의 규모다. 특히 올겨울엔 역대 최고 계약액(두산 양의지·4년 총 152억 원)이 나왔고, 역대 최장 계약(NC 박민우·8년 총 140억 원)도 성사됐다. 올겨울 FA 계약을 맺은 17명의 평균 계약액은 46억 원에 이른다. 퓨처스(2군) FA인 키움 이형종과 NC 한석현의 계약과 쏟아진 비FA 다년계약까지 포함하면, 전체 총액은 1000억 원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선수들의 높은 몸값에 여론은 그리 곱지 않다. 1년 몸값 46억 원은 실업자가 넘쳐나는 요즘의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 선수들의 ‘억’ 소리 나는 계약이 나올 때마다 “과연 같은 세상에서 사는 게 맞나”라는 싸늘한 반응이 주를 이룬다. 모기업의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국내 프로야구 산업에서 FA 혹은 비FA 몸값이 치솟는 기형적 현상은 프로야구 산업을 더 큰 위기로 몰아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국내 프로야구단은 전체 매출에서 20% 정도에 불과한 입장 수입 외엔 이렇다 할 수익 창출이 힘들다. 최근엔 코로나19 확산과 프로야구 인기 감소 등으로 인해 수익 규모가 줄어 구단들의 살림살이가 더 어려워지면서 ‘몸값 거품을 빼야 한다’는 여론이 공감을 얻고 있다.

FA시장에서 ‘합리적인 투자’가 강조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다시 과열 양상으로 흐르면서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투자는 이제 옛말이 됐다. 거물급 선수에게 왜 그만큼 돈을 줘야 하는지에 관한 기준마저 희미해졌다. 최근엔 등 떠밀기 식 영입도 많다. 외부 FA 선수를 잡지 않으면 ‘가난한 구단’이라고 낙인찍혀, 이에 모그룹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구단은 보여주기식 FA 영입이 불가피하다. 한 야구인은 “많은 구단이 자생력을 키우려고 노력해 왔는데 허사가 되게 생겼다”라고 안타까워했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몸값을 얘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할리우드 영화가 있다. 바로 ‘머니볼’이다. 머니볼은 2000년대 초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대표적으로 가난한 구단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강팀으로 이끈 빌리 빈 단장의 실화를 다뤘다. 빈 단장은 저평가된 선수들을 최대한 싼값으로 데려와 최대한의 가치를 끌어내 오클랜드를 강팀으로 만들었다. 오클랜드는 적은 예산에도 철저히 계획을 세우고, 세이버매트릭스(수학·통계학적으로 야구 기록을 분석하는 방식)를 활용해 선수를 영입해 뉴욕 양키스와 같은 부자 구단들과 대등하게 맞섰다.

최소 2∼3년 동안은 FA 광풍이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매년 한두 선수에게 몸값이 쏠리면서 2∼3군 선수들 처우 개선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FA 선수에 대한 일시적인 투자보다 육성 프로그램 등 좋은 선수를 체계적으로 공급하는 중장기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제 국내 프로야구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FA 몸값에 그만한 경제적 투자 가치가 있는지를 곰곰이 되새겨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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