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형’ 네트워크로 빛의 산란 제어… ‘광학 인공신경망’ 새장 열어[Science]

  • 문화일보
  • 입력 2023-02-2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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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픽=김유종 기자



■ Science - 유선규 서울대 교수 연구팀, 세계 첫 작용원리 발표

빛의 간섭현상으로 발생하는
광학 네트워크 변화 첫 분석

기존 3배 초밀도 매질 구현
초균일 매질 설계까지 성공
스크리닝기술 가능성도 증명


빛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수수께끼의 존재이다. 빛이 파동인가 입자인가 하는 논쟁이 학자들 사이에서 한동안 계속됐지만 결국 파동과 입자의 성질을 모두 갖고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빛의 사촌인 전기와 자기가 모두 전자기파라는 파동 이론을 정립한 사람은 제임스 맥스웰이다. 파동으로 보면 빛 역시 전자기파의 일종으로 분류된다. 이 성질을 이용해 빛을 통신용으로 채택한 지도 좀 된다. 광(光)통신이다. 과거 전기선으로 전달하던 신호를 광케이블에 실어 보내면 훨씬 적은 에너지로 더 빠르게 보낼 수 있다. 빛은 산란(散亂·scattering)이란 고유의 성질을 가진다. 산란은 빛이 다른 입자를 만나 그 진행 방향을 바꾸는 현상을 말한다. 여기에는 크게 반사, 굴절, 중첩, 회절, 간섭 같은 작은 성질들이 모두 포함된다. 산란은 부딪히는 입자들의 크기나 굴절률, 분포 등에 따라 달라진다. 산란 현상은 디스플레이·레이저·광학 센서·엑스레이 등 광학 기술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며, 반도체 회로 제작을 위한 포토리소그래피(photolithography·露光)에서도 중요한 작용을 한다. 따라서 원하는 빛의 산란을 얻도록 매질(媒質) 또는 재료를 역(逆)설계하는 기술의 구현은 매우 중요하다. 현대 과학은 산란의 각도나 방향 등을 인간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빛 파동의 매질, 재료의 속성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수준까지 올랐다. 그러나 기존 방식은 매질을 구성하는 입자의 수가 증가할수록 필요한 계산 자원 및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초기에 설정한 입자 수를 그대로 유지해야만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학자가 세계 최초로 네트워크 이론을 광학에 적용해 이 한계를 돌파해냈다. 지난 1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컴퓨테이셔널 사이언스(Nature Computational Science)’에 논문이 게재됐다.

서울대 공과대학은 전기·정보공학부 유선규 교수 연구팀이 네트워크 과학과 진화 개념을 도입해 빛의 산란 현상 제어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특히 광학, 재료 과학 및 네트워크 과학의 융합 연구를 통해 ‘초균일(Hyperuniform) 물질’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게 됐다는 점이 돋보인다. 초균일이란 내부 입자들이 겉으로 무질서해 보이지만 실제로 균일한 특성을 말한다. 닭의 눈 시각세포나 우주 속 은하 분포 등에서 관찰된다. 가까운 거리에서 무질서한 것처럼 보여도 먼 거리에서는 결정 구조처럼 입자들이 규칙적으로 잘 정돈된 배열 상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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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교수 연구팀은 빛의 산란 현상을 네트워크 과학으로 처음 해석해 진화형 광학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를 통해 초밀도(Superdense)·초균일 광학 매질을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 네트워크 이론이란 꼭짓점을 잇는 선분의 관계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네트워크는 우리말로 그물, 한자로 망(罔)이다. 그물의 꼭짓점 하나를 도시로 보고 전체 도시를 연결하는 철도, 비행기 교통편을 그리면 철도(항공) 네트워크가 된다. 만약 인간의 뇌세포(뉴런)로 점 하나를 잡으면 이들 연결망은 뉴런 네트워크가 된다. 생물학자와 사회학자는 그동안 인간의 뇌 같은 생물학적 또는 SNS 등 사회적 연결망을 정량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네트워크 과학을 써먹었다. 컴퓨터공학자들은 인공신경망(뉴럴 네트워크)에 기반한 머신러닝 연구에도 도전했다. 그런데 광통신의 장점을 인공지능망 설계에 쓰는 흐름도 새로 나타났다. 딥러닝에서 뉴런과 시냅스를 학습시킬 때 전기 대신 빛 신호를 쓰는 것이다. 빛을 이용한 초고속 머신러닝 연구는 인공신경망을 광학적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그동안 뚝 떨어져 있던 광학과 네트워크 과학 간의 연계를 강하게 요구한다. 현재까지 네트워크 개념을 광학적 측면(빛의 간섭 현상 등)에서 엄밀하게 정의한 연구가 없었으며, 따라서 매우 한정된 형태의 인공신경망만 구현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빛의 산란에서 발생하는 간섭 현상을 반영하는 광학 네트워크의 개념을 최초로 정립하고, 여기에 ‘진화’의 개념까지 도입했다. 예를 들어 시스템에 입자가 한 개씩 들어감에 따라 빛의 산란과 이에 일대일 대응되는 광학 네트워크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분석했다. 자연계나 사회에 존재하는 현실의 네트워크는 정지화면처럼 멈춰있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인다. 점이 추가되거나 빠지면 전체 네트워크는 변한다. 이를 동적(動的·dynamic) 네트워크 또는 진화형 네트워크라고 한다. 이런 기법을 통해 동일 조건에서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3배 이상 강한 산란 특성을 갖는 초밀도 매질을 구현하고, 매우 무질서해 보이면서도 균일한 매질 특성을 갖는 초균일 매질도 진화 프로세스를 통해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

이와 함께 기존에 존재하는 재료에 진화형 매질을 덮어씌워 기존의 구조적 특성을 숨기는 스크리닝 기술의 구현도 가능함을 증명했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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