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필 지휘한 당대 최고 가곡 작곡가[이 남자의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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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구스타프 말러

사교계 여왕과 결혼 가정 꾸려
두딸 낳으며 최고 전성기 보내
‘뤼케르트 교항곡’등 명곡 남겨

구스타프 말러(1860∼1911)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가장 성공한 음악가였다. 1897년 빈 국립 오페라 하우스의 지휘자로 부임해 그 이듬해부터는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인 빈 필하모닉까지 거느리며 음악감독으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었다.

1901년 41세의 골드싱글이었던 말러는 한 파티에 참석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22세의 알마 마리아 쉰들러(1879∼1964)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빈에서 명성이 자자한 인물로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를 비롯해 당대의 대표 예술가들과 숱한 염문설을 뿌렸던 빈 사교계의 꽃이었다. 그 유명한 클림트의 그림 ‘키스’의 주인공이 바로 알마 쉰들러다.

역시 여성편력이 강했던 말러였지만 아름답고 예술에도 조예가 깊은 19세 연하의 알마에게 첫눈에 반해버린다.

마침내 결혼을 결심한 말러는 그녀에게 조건을 내걸었다. ‘음악을 포기할 것’. 알마 역시 이미 17곡의 가곡을 작곡한 바 있는 어엿한 음악가였다. 하지만 말러는 만약 두 사람이 같은 일을 하게 된다면 분명히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될 것이고 그에서 비롯될 열등감은 반드시 불행을 불러올 것이라 믿었다. 그러곤 만약 그렇게만 해준다면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해 그녀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치겠노라는 약속을 덧붙였다. 알마는 기꺼이 수락했고 1902년 3월 두 사람은 부부의 연을 맺는다. 같은 해에 첫째 딸 안나 마리아가 태어났고 2년 뒤인 1904년엔 둘째 딸 안나 유스티나를 얻었다.

아마 말러의 전 생애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을 이 시기, 1901년부터 1904년까지 3년간 말러는 프리드리히 뤼케르트(1788∼1866)의 시에 심취해 있었다. 당시의 말러는 작곡가보다는 지휘자로 명성을 떨치고 있었지만 본래 그의 본령은 작곡에 있었다. 사랑하는 아내 알마와 두 딸, 아름다운 뤼케르트의 시가 늘 함께했던 이 시기에 명곡들이 탄생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 유명한 ‘뤼케르트 시에 의한 5개의 가곡’과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가 이 시기에 작곡됐고 교향곡 5번, 6번, 7번의 작곡도 착수에 들어갔다. 그래서 흔히 이 세 교향곡을 ‘뤼케르트 교향곡’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말러의 음악에 있어 가곡이란 장르는 상당히 중요하다. 베토벤이 자신의 악상을 피아노 소나타로 시작해 교향곡으로 발전시켜 나갔다면, 말러는 자신이 작곡한 가곡에서의 선율이나 음악적 영감들을 교향곡으로 옮겨나갔다. 말러의 미완성 작품인 ‘교향곡 10번’을 제외한 9개의 교향곡 중 네 곡의 교향곡에 노래가 포함된 것이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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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년에 착수해 1902년에 완성된 ‘뤼케르트 시에 의한 5개의 가곡’은 예측 불가능한 조성의 변화와 자유로운 선율의 향연과 함께 말러의 내면세계를 강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가곡집은 ‘아름다움을 사랑한다면’ ‘자정까지’ ‘내 노래를 엿듣지 마세요’ ‘아름다운 향기를 맡노라’ ‘나는 세상에서 잊혀졌네’ 등 총 5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