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사랑한 다큐 ‘동물의 왕국’… 더 재미있는 막전막후[과학자의 서재]

기사 정보
문화일보
입력 2023-03-03 09:09
업데이트 2023-03-03 09:11
기자 정보
기사 도구
프린트
댓글 0
폰트
공유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KBS는 공영방송이다. 프로그램을 보면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아주 가끔 KBS가 공영방송이라고 느낄 때가 있는데 바로 ‘동물의 왕국’을 볼 때다. 어린 시절 내게 TV란 동물의 왕국 그 자체였다. 몇 가지 유사한 프로그램도 있었지만 우리는 그냥 동물의 왕국으로 통칭한다. 동물의 왕국은 이미 보통명사다.

어떨 때는 매일, 때로는 주말에만 방영되었는데 방영 시간과 길이가 들쑥날쑥이었다. 상관없었다. 나는 그 시간을 기다렸고 신이 나서 봤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동물의 세계에 대해 감탄하는 한편 궁금한 게 있었다. “도대체 저 장면을 어떻게 찍었을까?”

프로그램에는 가끔 어떤 사람이 등장해서 설명을 하기도 했는데 항상 같은 사람이었다. 나중에야 그가 데이비드 애튼버러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는 TV가 발명된 지 고작 20년이 지난 1952년에 BBC 방송국 PD가 되었다. 그로부터 2년 후 그는 동물원의 동물을 스튜디오로 데려와서 소개하는 생방송 프로그램으로 스타 PD가 되었다. 성공은 모험을 부르는 법. 그는 스튜디오를 벗어나 동물원 사육사, 카메라맨과 함께 아프리카 야생의 현장으로 달려갔다. 35㎜ 대신 휴대성이 좋은 16㎜ 카메라를 선택했다. 원래 함께하기로 한 해설자가 병이 드는 바람에 애튼버러 자신이 직접 해설을 해야 했는데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제 우리가 동물의 왕국을 보면서 품었던 물음, 도대체 저 장면을 어떻게 찍었는지에 대한 답을 들을 차례다.

‘데이비드 애튼버러의 동물 탐사기’(지오북)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500쪽이 넘는 책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가이아나, 보르네오, 파라과이 탐험기 세 권을 모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독자는 한 권을 사서 세 권을 읽는 셈이다. 탐험이 그게 그거 아니냐고? 지역마다 동물도 다르지만 사람도 다르다. 그의 탐사에는 수많은 현지인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 협력은 돈으로만 이끌어지는 게 아니다.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있어야 가능했다.

애튼버러는 자신의 탐험기를 통해 동물의 세계뿐만 아니라 인간 세계도 알려주고 싶어 했다. 물론 1950년대에 출간된 책을 21세기에 재편집한 한계는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동물의 왕국을 시청한다면 한 꺼풀 더 깊은 동물의 세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데이비드 애튼버러 그는 단순히 동물의 왕국 제작자이자 해설자가 아니다. 모험가이자 탐험가이며 세계인의 동물 선생님이다. 그의 ‘동물 탐사기’를 읽으면서 왜 사람들이 그에게 반드시 경(Sir.)을 붙이는지 알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애튼버러 경에게 빚졌다. KBS는 동물의 왕국 좀 자주 틀어라.

이정모 과학저술가(전 국립과천과학관장)
주요뉴스
기사 댓글

AD
AD
count
AD

ADVERTISEMENT

서비스 준비중 입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