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세이]우리 가락을 머금은 포근한 세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만수, 산조2314, 118×91㎝, 광목에 백토, 채색, 2023.

이재언 미술평론가

1919년 3·1운동 해에 태어나신 외숙께서 105세를 일기로 타계하셨다는 부음을 듣고 멀리 빈소에 다녀왔다. 천수를 누리셨으니 호상이지만, 애사(哀事)는 애사다. 가는 길에 40년 전 겪었던 부친상 기억이 났다. 특히, 하관(下棺)할 때의 ‘회다지소리’는 지금도 울컥한다. 메나리조의 유장하고 애절한 그 곡조.

우리 고유의 소리엔 신비한 힘이 있지만, 우리 일상에서 만나기가 어렵다. 점점 사라져 가는 그 소리들이 그리울 때, 이만수의 그림 ‘산조’는 특별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두꺼운 광목 위에 펼쳐지는 파스텔 톤의 화면은 그저 조용하고 포근한 세계이다. 그곳에 우리 가락들이 내장돼 있다. 마치 마그네틱처럼.

화면 가득한 상감 방식의 파상선들이 일상의 진동계처럼 보인다. 단조롭게 되풀이되는 것 같지만, 결코 무료하거나 진부한 세계가 아니다. 유유자적이 박진감 없는 무기력이 아니듯 말이다. 느릿한 진양조장단부터 온갖 장단이 당겼다 늦췄다 하는 우리 소리 그대로다. 선과 가락으로 환원되는 우리 삶의 에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