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빛 ‘집게’로 수돗물 속 초미세플라스틱 잡아낸다[Science]

  • 문화일보
  • 입력 2023-03-08 09:06
  • 업데이트 2023-03-08 09:08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픽 = 권호영 기자



■ Science -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유용상 박사 연구팀

불균일 전기장·삼투현상 통해
수중 떠도는 미세플라스틱 모아
금나노 첨가 포집해 신호 증폭

채집·분류에 하루 걸리던 과정
플랫폼 안에서 수초 내로 줄여


지구촌 환경오염의 주범 중 하나가 플라스틱이다. 인간이 천연 재료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낸 이 화학 합성물은 물성이 다양해 가공하기 좋고 방수성, 내화학성 같은 편리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 공업용, 가정용으로 두루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플라스틱의 사용이 보편화하면서 썩지 않아 자연에서 순환되지 않는 부정적 측면이 누적됐다. 그린피스 같은 환경보호 단체에서 바다의 해양 동식물들이 플라스틱 때문에 죽어가는 장면을 광고로 내보내 파장을 일으킬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 폐기 플라스틱이 잘게 쪼개져 눈에 보이지도 않는 크기로 줄어든 다음, 사람 등 동물의 장기 내에 흡입·축적되는 무서움이 알려져 공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지름의 크기에 따라 미세 플라스틱(5㎜ 미만)과 초미세 플라스틱(1㎛ 미만)으로 나뉘지만 이를 적절하게 탐지해 추출할 수 있는 마땅한 기술이 없어 큰 골칫덩어리였다. 특히 머리카락의 1000분의 1 두께인 나노 플라스틱의 인체 및 자연에 대한 위해성은 한창 연구 중으로 그 위험성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데, 나노 플라스틱을 찾아서 걸러내는 기술은 과학계에서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크기가 매우 작고 농도도 매우 낮기 때문이다. 나노 크기의 플라스틱 입자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플라스틱 시료를 농축하는 전처리 과정이 필요하고 이에 수시간∼수일에 걸친 시간과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키스트(한국과학기술연구원) 뇌융합기술연구단 유용상 박사 연구팀은 8일 초미세 나노 플라스틱을 나노 사이즈의 금, 은 입자와 함께 전기-광(光) 집게를 이용해 짧은 시간 내 시료를 농축시키고, 빛을 이용한 실시간 검지(檢知)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안전한 수자원 확보 기술로서 보다 넓은 범위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ACS 나노(Nano)’ 최신호에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그동안 미세 플라스틱 검지를 위해 여러 가지 기법(FTIR, MS, DLS)이 사용됐지만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전처리 과정을 필요로 했고, 특히 저농도 환경에서 ㎚ 크기의 초미세 플라스틱을 탐지하는 신호의 세기가 충분치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유 박사팀은 유전 영동(誘電泳動·Dielectrophoresis) 현상을 이용해 시료에서 나노 입자를 쉽게 분리해냈다. 유전 영동이란 불균일한 전기장에 의해 유전체의 입자들이 움직이는 현상을 말한다. 연구팀은 또 교류전기 삼투현상을 통해 수중에 떠다니는 미세 플라스틱을 모아 유효한 광학 신호를 얻어내는 한편, 금 나노 입자를 첨가해 함께 포집함으로써 신호를 증폭시키는 방법을 썼다. 그 결과 전 세계의 기존 검지 기술 중 가장 낮은 농도에서 초미세 플라스틱을 실시간으로 검지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게 됐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절연막을 사이에 두고 양면이 금속으로 된 대면적 3층 수직 배열의 전극에 전기를 공급하고, 동시에 분자의 진동수에 따른 입사광과 산란광의 에너지 차이를 분석하는 라만 광 검지 방식을 채택했다. 이 과정에서 나노 사이즈의 금, 은 입자인 플라즈모닉 나노 입자를 활용해 시료를 농축했으며, 그 결과 미세 플라스틱 검지를 위해 필요한 농축, 검지 시간을 수 초로 줄일 수 있었다. 실제 실험에서 10㎍/ℓ 농도의 30㎚ 크기 폴리스티렌(PS) 입자를 검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와 동시에 연구진은 유전 영동 현상을 이용해 시료에서 입자를 쉽게 분리해냈다. 기존에 나노 플라스틱 분석을 위해 채집(collection), 분류(separation), 분석(analysis)까지 하루 이상 걸리던 전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실시간으로 1초 단위로 분리에서 검지까지 가능한 원천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함께 연구를 진행한 키스트 정의태 연구원과 유의상 박사(공동 주저자)는 “미세 플라스틱의 실시간 초고감도 검지가 가능해졌다는 데 이번 연구 성과의 의의가 있다”며 “향후 여러 수자원의 미세 플라스틱 농도를 실제로 측정하고 안전한 수자원 확보 기술로 널리 활용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PS와 폴리메틸메타아크릴레이트(PMMA) 두 종류의 초미세 플라스틱만을 대상으로 해 연구를 수행했지만, 앞으로 다른 다양한 종류의 초미세 플라스틱에도 적용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바이러스 안전 진단 등 의학 분야로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노성열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