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조회수 따먹기 급급한 ‘따옴표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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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3-1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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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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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MBN 트로트 예능 ‘불타는 트롯맨’의 출연자인 황영웅을 둘러싼 논란으로 대한민국이 들썩였습니다. 그 시작은 한 유튜브 채널이었죠. 황영웅의 단정한 슈트 속에 감춰진 문신이 드러난 사진과 함께 그에게 폭력 전과가 있다는 폭로였는데요. 논란은 삽시간에 번졌고, 유력한 우승후보였던 그는 결국 자진 하차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언론이 ‘얄미운 시누이’ 역할을 했다는 인상이 강한데요. 황영웅을 향한 주장이 나왔을 때, 적잖은 온라인 매체들이 해당 유튜버의 주장을 고스란히 실어 나르기 바빴습니다. 그 과정에서 언론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취재’는 배제됐는데요. 친분이 있는 온라인 매체 후배에게 물었습니다. “황영웅 쪽 입장은 확인해봤어?”라는 질문에 돌아온 답은 “그래서 그 유튜버가 ‘주장했다’고 썼어요”였죠. 그저 누군가의 발언을 그대로 옮겨 적어 따옴표 안에 가두는 ‘따옴표 저널리즘’의 전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정치권에서 자주 등장하는 보도 행태인데요. 자극적이고 논란이 될 만한 유력 정치인의 발언을 발췌해 기사로 옮기는 식이죠. 특히 일거수일투족이 득표수와 직결되는 선거 과정 중에는 따옴표 저널리즘이 활개를 치곤 합니다.

결국 치열한 속보 경쟁이 가져온 살풍경이라 할 수 있는데요. 타 매체보다 1초라도 먼저, 1개라도 더 기사를 송출하는 것이 목적이 되면서, 따옴표 저널리즘은 가속화되고 있죠. 그 발언에 대한 진위를 따지거나 행간을 읽는 노력은 실종된 지 오래입니다. 같은 맥락으로 요즘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 인터뷰 역시 잘개 쪼개 번호를 붙여 시리즈로 내보냅니다. 1개의 기사로 끝낼 인터뷰인데, 각 발언을 제목으로 달아 여러 기사를 양상해 조회 수를 올리는 식이죠.

속보 경쟁의 폐해는 결국 포털에 종속돼가는 언론의 현주소를 보여줍니다. 먼저 써야 메인 화면에 자리 잡고, 많이 써야 주요 기사로 노출돼 조회 수를 올릴 수 있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거죠. 그래서 심층 취재와 분석보다는 빠르고 쉽게 휘발되는 발언 하나하나에 초점을 맞춘 따옴표 저널리즘이 기승을 부리는데요. 훗날 그 발언이 문제가 되더라도 언론은 “우리는 하는 말을 그대로 옮겼을 뿐”이라고 발뺌하기 십상입니다.

홍상수 감독은 영화 ‘생활의 발견’에서 “우리, 사람 되기는 어려워도 괴물은 되지 말자”고 했는데요. 같은 맥락으로 참언론인이 되기는 어려워도 ‘기레기’는 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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