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안보·경제·문화 新한일관계 열 때다

기사 정보
문화일보
입력 2023-03-15 11:44
기자 정보
기사 도구
프린트
댓글 0
폰트
공유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호섭 중앙대 명예교수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6일부터 1박 2일 일본을 방문한다. 12년 만에 한·일 정상 간 셔틀 외교가 복원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윤 대통령의 대일 외교 기조는 국익 증진을 중시하는 실용주의 노선으로, 취임 이래 일본과 관계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다. 국내 정치에서 반일 감정을 자기편 결집에 이용하는 단체가 많은 현실을 고려할 때 우호 관계 형성으로 대일 외교 방향을 전환한 것은 최고 지도자의 용기 있는 결단이다.

윤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국가였으나 현재는 협력의 파트너 국가라고 규정했다. 한·일 간 과거사 문제에서 최대 현안인 징용공 배상과 관련해서는 재단을 설립해 ‘제3자 변제’ 방식으로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을 하는 방안을 일본과 협의했다. 이 방식은 2018년 개인의 청구권은 유효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피해자들의 금전적 배상 요구에 대해서는 100% 만족스럽진 않지만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정부의 의사 표시로 볼 수 있다.

이 해법은, 1965년 국교정상화 교섭의 청구권 협상 때 징용공에 대한 개인 보상을 직접 하겠다는 일본 정부에 대해 당시 경제개발용 외화 자금이 필요했던 우리 정부가 보상금을 총괄해서 받았기에 일본 기업으로부터 새로 개별 보상을 받기 어려운 외교적 현실을 배경으로 나온 고육책이다. 외교는 상대가 있으며, 선례를 존중해야 하고, 상대국과 공유하는 과거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한·일 우호 관계가 경제적·안보적 그리고 문화 교류 등의 측면에서 우리 국익에 매우 긍정적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우리의 최대 안보 위협인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이 우선이지만, 일본의 후방 지원이 필수 불가결하다. 날로 격해지는 미·중 패권 경쟁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은 한·미·일 3각 안보 협력 관계다. 미국으로서는 한·일 우호 관계가 형성돼야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를 보장하는 한·미·일 3각 안보 체제가 형성된다.

경제적으로는 코로나 팬데믹과 2019년 일본 정부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 때문에 한·일 기업 간에 형성돼 있던 공급망이 혼란을 겪었다. 양국 산업계는 우리 정부의 대일 우호 관계 조성 노력에 호응해 공급망 재구축에 나설 것이다. 일본 정부가 주도한 경제적 보복 조치로 인해 우리 기업도 피해를 봤지만, 한국 기업에 소재·부품을 팔지 못한 일본 기업도 큰 타격을 받았다.

한·일 간의 국력 격차는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상당히 줄어들었다. 경제력이 1990년에는 10배 이상 차이 났지만, 지난해에는 2.5배로 줄었다. 최근 일본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그곳 사회 시스템이 아직 아날로그 식임을 느꼈을 것이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K-컬처와 아날로그적 감성이 풍부한 일본 문화의 교류는 새로운 차원의 한일 관계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

과거의 원한을 풀기 위해 보복과 반목을 근거로 하는 관계가 영원할 수는 없다. 상호 국익 증진을 위해 협력과 합리적 경쟁이 일상으로 이뤄지는 관계가 양국에 조성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한·일의 미래 세대를 위한 현세대의 책임이다. 윤 대통령의 대일 우호 관계로 방향 전환은 이러한 책임감의 발로일 것이다.
주요뉴스
기사 댓글

AD
AD
count
AD
AD

ADVERTISEMENT

서비스 준비중 입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