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의 시론]尹정부, 소통해야 개혁 동력 커진다

  • 문화일보
  • 입력 2023-03-2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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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논설위원

주52시간제 개편안 우왕좌왕
‘과로 프레임’ 갇혀 퇴행할 판
‘노조부패 척결’ 순항과 대조

소통이 국정 동력 원천 각성을
근로 유연성은 노동개혁 핵심
진통 있더라도 개혁 계속해야


주 52시간 근로제 개편안 논란이 끝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고 지적했던 진의를 놓고 대통령실부터 혼선이다. 처음엔 ‘상한 캡’이라고 하더니, 윤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했던 지난 20일엔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라는 의미”라고 말이 달라졌다. 급기야 윤 대통령이 21일 직접 교통정리에 나서서 주 60시간 상한을 재차 언급하면서 근로시간 기준을 월·분기·반기·연(年) 단위로 유연화하겠다고 밝혔다. 우왕좌왕하며 돌고 돈 끝에 원안 틀 내 재검토다.

수습 과정조차 논란인 것은 주 69시간 과로 의무제라는 극단적인 프레임에 갇힌 결과다. 문재인 전 정부에서 1주당 기본근로 40시간에 연장근로 최대 12시간으로 제한한 주 52시간은 의무지만 이번 개편안은 선택이다. 노사 합의가 전제인 만큼 근로자들이 싫으면 안 하면 된다. 개편안을 주도한 민간기구 좌장인 권순원 교수는 주 69시간 프레임 식이면 현행 탄력근로·선택근로도 주 129시간까지 가능해진다고 반박했다.

이번 소동은 홍보 실패 탓이다. 고용노동부의 의견 수렴이 극히 잘못됐다. 특히, 양대 노총에 비판적인 MZ세대 노조(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조차 공짜 야근이 늘 것이라며 반대하는 상황은 이를 방증한다. 새노협은 더 일해도 더 쉴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손질 대상인 주 52시간제 안착이 먼저라는 주장까지 한다. 고용부는 개편 내용과 이행을 보장할 노조의 선택권·건강권·휴식권 등 안전장치를 충분히 알리고, 부족하면 당연히 보완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고용부는 문제의 주 69시간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 “어떻게 예상해 보고하느냐”며 면피성 변명을 했다. 대통령실도 고용부 보고 때 언급이 없었다며 책임 전가에 급급했다. 정책 능력·조율 역량에 의문을 갖게 만든다.

노조 부패 척결이 국민 지지를 토대로 한 발씩 전진하는 것과 대조된다. 정부가 노조 행패 실상을 사전에 충분히 알린 결과다. 고용부가 양대 노총의 반발에도 회계장부 미제출 노조에 과태료 부과·사무실 방문 등 원칙 대응하고, 국토교통부가 타워크레인 월례비 폐지에 이어 태업 방지대책까지 준비하는 동력의 원천은 바로 국민 동의다.

사실 윤 정부의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이 하나같이 지지부진하다. 국민연금 개혁은 국회 특위에서 핵심인 보험료 등 모수 개혁을 포기해 개혁안 발표가 무산됐다. 정부가 개혁안을 오는 10월에 낸다고 하지만 최종안은 2027년 예정이다. 국회와 정부 모두 ‘잘 해봐야 본전’이라며 청년 등 국민 동의를 구하기를 기피한다. 교육도 추진·검토 소리만 들릴 뿐 확정된 내용은 거의 없다. 노동개혁마저 후퇴하면 윤 정부가 변죽만 울린다는 지적을 피할 길이 없다.

현행 주 52시간제 폐해는 심각하다. 중소·영세기업 근로자들은 소득을 더 벌기 위해 일을 더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해 투잡을 뛴다. 소프트웨어·벤처기업 등은 절대적인 근로시간이 부족해 일감이 쌓여 있어도 처리를 못 한다고 하소연한다. 한국의 근로 경직성은 고질적인 과제다.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노동시장 자유지수를 주요 7개국(G7)에 비해 꼴찌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경직된 규제, 강성 노조가 고용 비용을 높이고 신규 채용을 어렵게 만든다. 이 재단은 주 52시간제가 도입된 2021년 “한국 노동시장이 더욱 경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 “주 52시간제는 실패한 정책이다.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 정부는 국민과의 소통이 국정 동력의 원천이라는 경각심을 되새겨야 한다. 복잡하고 민감한 과제일수록 주도면밀한 홍보가 더욱 필요하다. 이번 개편안 소동을 마무리하는 해법 역시 소통이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19일 개편안 보완과 함께 앞으로 각 부처의 정책은 반드시 당과 협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책 혼선을 줄이는 홍보 총괄 체계를 구축할 필요도 있다. 노동개혁은 이제 막 시작했다. 근로 유연성 강화는 핵심 과제다. 이번 소동에서 보듯 진통과 부작용이 있더라도 개혁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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