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식물 치료는 행복 찾아주는 일…‘초보 식집사’에 원예 코칭도”[M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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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5-19 09:15
업데이트 2023-05-1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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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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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주재천 서울시 반려식물병원장은 아침에 출근하면 가장 먼저 입원실로 가 식물을 살핀다. 조금 떨어져서 전체적인 모양을 본 후 다가가 잎을 만져보고, 흙 상태를 확인한다. 박윤슬 기자



■ M 인터뷰 - ‘개원 한달’ 서울시 반려식물병원 주재천 원장

서울시농업기술센터 내 조성
진단·처방·입원치료실 갖춰

개점휴업 상태 걱정했었는데
‘2030 보호자’ 많이 찾아와
잘 키우는 법 배우며 애정‘쑥’

물 주는 주기, 사흘에 한 번?
‘흙 말랐을 때’ 주는 게 적절
분갈이 직후엔 화장실 두길


글·사진=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물은 어떻게 주셨어요? 3일에 한 번 줬습니다. 사람은 시간을 정해놓고 물을 마시지 않잖아요. 목마를 때 마시죠. 식물도 마찬가지예요. 3일에 한 번이 아니라 흙이 말랐을 때 줘야 해요. 분갈이하셨나요? 네. 왜요? 화분이 작아 보여서요. 사람은 자녀를 낳고 방이 더 필요할 때 큰 집으로 이사하잖아요. 식물도 뿌리가 화분 밖으로 삐져나올 정도로 퍼졌을 때 조금 더 큰 화분으로 갈아주는 거예요. 분갈이하며 뿌리를 건드렸나요? 분갈이 후 바로 햇빛에 내놨나요? 네. 지저분한 뿌리를 조금 정리하고, 화분을 창가에 뒀어요. 그래서 잎이 떨어지는 거예요. 사람도 이사하면 피곤해서 며칠 쉬잖아요. 영양분을 빨아들이는 뿌리는 잘렸고, 덩그런 새집에 적응도 안 됐는데 바로 광합성을 해야 하니 지친 거예요. 분갈이한 후 며칠 화장실에 두는 게 좋아요. 습도가 유지되는 공간이니 뿌리가 일을 안 해도 되고, 빛이 없으니 광합성 없이 쉴 수 있으니까요.

분갈이한 후 잎이 떨어지는 식물을 치료하기 위해 서울시 반려식물병원에 방문한 시민과 주재천(48) 반려식물병원장의 대화 내용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가정에서 식물을 가꾸는 일명 ‘식집사(식물+집사·반려식물에 애정을 쏟는 사람)’가 늘어나자 서울시는 서초구 내곡동 서울시농업기술센터 내에 반려식물병원을 조성하고, 지난 4월 10일 개원했다. 반려식물병원은 일반병원과 마찬가지로 진단실·처방실·입원치료실 등을 갖췄으며 기본적인 반려식물 재배방법을 배울 수 있는 실습장도 있다.

반려식물병원에서는 병들고 시든 반려식물의 생육상태를 정밀진단해 맞춤형 처방을 내리고, 심각한 경우 입원실로 옮겨 최대 3개월 동안 집중 치료해준다.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홈페이지(yeyak.seoul.go.kr)에서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30분 단위로 진료 예약할 수 있다. 1인당 월 1회, 최대 3개 화분까지 진료해주며 이용료는 무료다.

서울시농업기술센터 환경농업팀장인 주 원장은 “일반병원은 건강을 찾기 위해 가지만 우리 병원은 행복을 찾기 위해 오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식물을 가꾸면 행복감이 높아져요. 새잎이 나오고, 꽃을 피우는 걸 보면 입가에 미소가 번지죠. 이미 충분히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반려식물을 안 키워도 되지만 정줄 곳이 필요한 분에게는 식물을 키워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또 반려식물은 희망을 전해줘요. 식물은 죽어서 퇴비가 되고, 다시 새싹을 틔우는 순환생물이라 보내면서도 다시 볼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죠. 집에 화분이 여러 개 있으면 모아놓으세요. 식물도 외로움을 느끼는지는 모르지만 모아서 키우면 더 잘 자라거든요. 식물이 광합성을 하며 잎에서 수분을 내보내는 증산작용이 일어나는데 여러 식물이 모여있으면 공중습도를 공유할 수 있어서 잘 자라는 거예요.”

개원한 지 한 달이 넘은 이 병원에 얼마나 많은 식집사가 방문했을까. 식물 잎이 떨어지고, 누렇게 변해간다고 바쁜 일상에서 굳이 병원을 찾을까. 주 원장에게 물으니 “병원 문을 연 후 하루 평균 10건 정도를 처리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저도 놀랐어요.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질까 봐 걱정했는데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네요. 집에서 키우는 식물의 생육상태가 안 좋아지면 불안해서 인터넷, 유튜브 등 여기저기 찾아보지만 정보의 홍수 속에서 혼란만 가중되죠. 그런 목마름이 있는 시기에 적절하게 병원을 개원해서 많이들 오시는 것 같아요. 내원하시는 시민 중에 20∼30대가 많다는 것도 놀라운 점이에요. 예전에는 주로 어르신들이 집에서 식물을 키우셨는데 요즘은 젊은 식집사가 많아졌어요. 젊은 분들이 오시면 친구와 대화하듯 친근하게 상담해드려요.”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주 원장이 분갈이 후 잎이 떨어지는 식물을 가져온 시민에게 식물관리법을 설명하고 있다.



“집에서 키우는 식물이 말라죽으면 버리고 새로 사 오는데 반려식물병원에서 치료를 잘해주면 동네 화원이 다 망하는 거 아니냐”는 농담을 던지자 주 원장은 “우리 병원이 오히려 소비를 촉진 시킬 것”이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식물이 죽으면 계속 사는 게 아니라 더 이상 안 키우게 돼요. 자신이 ‘살식마’라고 생각하며 두렵고 미안해서 못 키우는 거죠. 우리 병원에서 식물을 치료해주고, 잘 키우는 방법을 알려주면 자신감이 생겨서 식물을 계속 사 모을 거예요. 병원에서 식물 치료만 해주는 게 아니라 식물의 가치를 높여주는 일을 하죠. 가치가 높아지면 식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애정이 생기게 돼요. 서울에 화원이 4800개 정도 있어요. 화원에서 식물병원 역할을 해주면 식집사가 점점 많이 늘어날 거예요. 우리 병원이 잘해야 식물병원이 많아진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노력해야죠.”

대학에서 자원식물학을 전공한 주 원장은 서울시농업기술센터에서 20여 년간 농업인 대상 농업기술 보급과 교육, 도시농업 보급 등을 담당해왔다.

“평생 농사를 지으신 부모님이 ‘너는 힘들게 농사짓지 말고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라’고 하셨는데 농대로 진학했어요.(웃음) 농사는 짓지 말라고 하셔서 공무원시험을 봤죠. 2002년에 센터에 들어와서 어느새 20년이 넘었네요. 서울에는 강동구 엽채 농가와 서초구 꽃 농가, 강서구 벼농사 농가 등 7000개 정도의 농업경영체가 등록돼 있어요. 센터는 농업인들이 농작물을 잘 키우도록 기술지원을 하는 기관인데 서울시에는 농업인 수가 적어서 이제는 도시농업사업이 주된 역할이 됐어요. 센터에서 어르신 맞춤형 ‘실버농장’을 만들고, ‘다둥이농장’ ‘어린이자연학교’ ‘찾아가는 반려식물병원’ 등의 일을 해오며 다양한 임상경험을 했어요. 바빠서 병원에 오실 수 없는 분들은 전화 상담을 이용하세요. 또 스마트폰으로 영상이나 사진을 보며 상담할 수도 있고,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이용한 영상진료도 가능해요.”

반려식물병원장은 집에서 어떤 식물을 키울까.

“바깥에서 식물을 돌보느라 제 식물 돌볼 시간이 없어요. 집에 해가 잘 안 들어와서 미안해서 못 키우겠어요. 또 집에 있는 식물에 애정을 쏟다 보면 병원에 오는 식물에 집중하기 힘들잖아요.(웃음)”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주 원장이 진료실에서 ‘소포라’ 뿌리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 기자의 방문기

잎 떨어지고 줄기 처지는 ‘소포라’… 현미경 관찰 후 “줄기 속 곰팡이 원인” 진단

죽은 줄기 잘라내고 분갈이까지
식물 가꾸는 법 ‘화기애애 수다’


1년 전쯤 집에 들인 ‘소포라’ 일부 줄기의 잎이 몇 주 전부터 모두 떨어지고, 새로 나오는 줄기는 힘없이 처지는 현상이 나타나 반려식물병원을 방문했다.

뉴질랜드에서 자생하는 소포라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잘 자라는 것이 마치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을 닮아 ‘마오리 소포라’라고도 불린다.

강인한 식물이 시름시름 앓으니 걱정이 돼서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홈페이지에 접속해 반려식물병원 진료예약을 했다.

예약시간에 맞춰 병원에 도착하니 담당 직원이 반갑게 맞아준다. 진단실에 앉으니 주재천 원장이 인사를 하고, 식물상태를 자세히 살핀다. 아무리 식물병원이라도 병원은 병원인지라 살짝 긴장됐다.

주 원장은 잎을 떨군 줄기의 껍질을 긁어내 안쪽 검사실로 들어가 현미경으로 보고는 “곰팡이가 줄기 속 물이 흐르는 관을 막아서 마른 거예요. 죽은 줄기를 잘라내죠.” 진지하고, 엄숙하게 진료를 진행하던 주 원장이 분위기를 바꿔 환한 표정으로 “그래도 잘 키우셨네요. 물주기를 정말 잘하셨어요”라고 말하며 자신감을 심어줬다.

식물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수다’가 이어지자 집에서는 화분에 물 한 번 주지 않던 아내가 “재미있게 설명을 잘해주시네”라고 말하며 갑자기 식물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진료실로 자리를 옮긴 주 원장은 소포라를 화분에서 꺼내 뿌리를 살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영양이 부족해 뿌리를 전혀 뻗지 못했네요. 이렇게 살아있는 것도 기적입니다.”

그러면서 기존 화분보다 작은 화분을 가져오더니 빠른 손놀림으로 옮겨심고, 지지대를 세워 수형을 잡아줬다. “집이 너무 커서 사는 게 힘들었을 거예요. 그러다 보니 줄기가 힘있게 자라지 못해 처진 거고요. 이렇게 해주면 모양이 잡힐 겁니다.”

새집에 자리 잡은 소포라가 다시 활력을 찾은 듯 보였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나오려는데 주 원장이 해조 추출물로 만든 식물 영양제를 건넨다. “오늘 병원 진료를 받으며 많이 힘들었을 테니 당분간 가만히 놔두세요. 열흘쯤 지나서 영양제를 주시고요.”

병원에 다녀온 소포라는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고, 아내는 가족과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반려식물병원 홍보대사가 된 듯 병원을 소개하고 있다. “집에서 키우는 식물이 아프면 그냥 두지 말고 꼭 반려식물병원에 가세요. 친절하게 치료를 잘해줘요. 무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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