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세계 속 우리 문화재]이순신 마지막 기록한 류성룡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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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5-2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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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승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유통조사부장

휴대폰이 스마트해지면서 시계, 지갑, 수첩 등 일상에서 필수품이었던 물건들이 가지는 의미는 점점 축소되는 듯하다. 그럼에도 ‘다이어리(Diary)’는 연말에 하나 장만해서 매일 소소하게 써내려가는 재미가 스마트폰으로는 대체되지 않는 구석이 있다.

조선 시대에도 지금의 ‘다이어리’에 해당하는 책력(冊曆)을 사용해 개인의 일정이나 감상을 적어두곤 했다. 책력은 1년 동안의 월일, 절기 등을 날의 순서에 따라 적은 책으로, 일정 수량만 관에서 직접 제작해 배포했기에 남아 있는 유물이 많지 않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2022년 9월 일본에서 환수한 ‘류성룡비망기입대통력(경자)(柳成龍備忘記入大統曆<庚子>)’(사진)은 경자년(1600)의 책력으로, 서애(西厓) 류성룡(柳成龍) 선생이 직접 적어 내린 어느 날의 날씨, 일정, 감상 등을 엿볼 수 있다.

어느 날은 제자의 방문 등 일정이 적혀 있고, 제사 등 가족의 행사, 본인의 건강 상태와 이에 대한 처방 기록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으며, 임진왜란 시 포로였던 강항(姜沆)의 귀국 사실과 의인왕후(懿仁王后)의 승하 등 경자년의 주요 사건에 대해서도 기록돼 있다. 특히, 충무공(忠武公) 이순신(李舜臣) 장군이 부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직접 출전해 전쟁을 독려하다가 탄환을 맞고 전사한 상황에 대한 기록은 서애 선생의 비통한 마음까지도 전달되는 듯하다.

임진왜란 때 군사 전략가로 활약한 서애 선생의 기록으로, 국내 현전하지 않는 경자년 대통력이다. 그해 역사적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개인의 일상을 적어 놓은 한 권의 다이어리가 오랜 방랑을 거쳐 다시 주인 곁으로 돌아왔다는 점이 가장 큰 의미가 아닌가 싶다. 나의 다이어리도 먼 훗날 누군가에게 읽힐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매일 긁적이는 하루의 일상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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