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노조법 개정안의 3대 치명적 문제점

  • 문화일보
  • 입력 2023-06-0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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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소위 ‘노란봉투법’)이 지난달 24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 요구됐다. 일각에서는 개정안이 진짜 사용자를 찾아줘 노동3권을 보호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해소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입법될 경우 사용자를 찾긴커녕 법적 정합성과 현실 적합성이 현저히 떨어져 현장은 혼란과 갈등에 빠지고, 노동시장 격차 해소에 도움이 안 될 것이 우려된다. 개정안의 문제점을 3가지로 정리해 본다.

첫째, 근로관계가 없어도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만 있으면 사용자로 본다.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는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성실히 응하지 않으면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되기에 사용자성 기준은 노사 모두에 명확해야 한다. 그래서 근로관계가 있어야 사용자로 인정되고, 이에 하청근로자와 근로관계가 없는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를 부정하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이다. 그런데 개정안은 너무 모호하고 추상적인 기준으로 사용자 범위를 확대한다. 사용자는 단체교섭 상대방과 교섭 범위를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상태가 되고, 법률 분쟁만 폭증할 것이다.

모호한 사용자 개념의 허들을 간신히 넘는다 해도 문제는 또 있다. ‘하나의 사업(장)’을 단위로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를 규정한 현행 노동조합법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창구 단일화는 강행규정으로, 제대로 안 지키면 교섭절차나 체결한 단체협약이 무효가 된다. 개정안은 둘 이상의 사용자를 인정해 창구 단일화 절차의 첫 단계부터 막히게 된다.

둘째, 이미 확정된 권리·의무에 관한 다툼도 쟁의행위의 대상으로 허용한다. 쟁의행위는 향후 정해질 근로조건을 결정하기 위한 수단인데, 개정안은 쟁의행위의 대상을 그 밖의 것들까지로 대폭 확대한다. 비위행위로 징계해고를 당한 조합원이 있으면 현행과 달리 노조가 그 조합원의 복직을 요구하면서 파업도 할 수 있게 한다. 개정안 시행 시 실력행사를 통한 문제 해결 시도로 인해 파업 만능주의로 귀착될 뿐만 아니라, 불법행위와 징계해고에 대한 자력구제의 악순환으로 행정·사법 질서 불신과 무력화가 초래될 것을 우려하는 이유다.

셋째,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사실상 제한한다. 민법은,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에 있어 가해자별 행위에 따른 손해액을 피해자가 일일이 입증하기 어려우므로 가해자들이 연대해서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손해액을 가해자별로 기여도 등에 따라 각각 나눠 산정토록 함으로써 불법행위에 가담한 조합원이 많을수록 그 책임을 묻기가 더 어려워진다. 이런 특별한 보호는 민법 원칙에 대한 중대한 예외로,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 또한, 손해배상 소송이 특정 노조에 집중된 현실에서 그 기득권만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개정안은 지난 정권의 국정 과제로, 법 개정 여건이 더 유리했는데도 추진되지 못했다. 그때 틀렸던 게 지금 와서 맞을 수는 없다. 노동조합법을 집행하는 장관으로서, 법리상 문제, 노사관계의 악영향 등 법 목적과 괴리된 개정안이 초래할 부작용을 외면할 수 없다. 역대 정부의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력과 이중구조의 근본적 해소를 위한 노동개혁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국회가 신중하게 합리적으로 처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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