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의 과학 ② 〔뉴트리노의 생활 과학 26〕

  • 문화일보
  • 입력 2023-06-10 18:40
  • 업데이트 2023-06-1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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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과일 바구니 과일은 전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보편적인 디저트이다. 생과일뿐 아니라 건조, 가열 등 조리된 형태로도 널리 먹었다. 게티이미지



디저트가 유럽 귀족의 식탁에서 처음 등장한 시기에 맞물려 아주 서서히 주역을 차지하게 된 몇 가지 주인공들이 있다. 첫 번째는 중동에서 유럽으로 유래한 설탕이다. 숲에서 나는 꿀은 오래된 단맛의 재료이지만 너무 강렬한 개성으로 다른 음식의 맛을 가리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 정제된 설탕은 순수한 단맛 외 다른 맛이 나지 않아 다른 재료에 덧입히는 디저트의 필수 재료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가격도 쌌다. 인도인들이 사탕수수에서 설탕을 정제하는 기술을 처음 개발한 후 페르시아, 중동, 북아프리카, 지중해를 거쳐 마침내 유럽에 전파됐다. 아메리카 대륙에 사탕수수 농장이 세워져 대규모 경작이 이뤄지기 전만 해도 설탕은 비싸고 귀한 양념이었다. 귀족들도 설탕을 상비약처럼 서랍이나 찬장에 넣어놓고 아주 필요할 때만 꺼내 썼다. 유럽인들이 설탕을 광범위하게 사용하기 전부터 중동 요리사들은 달콤한 음식에 설탕을 마음껏 활용했다. 이슬람의 달콤한 요리는 선교사와 탐험가에 의해 유럽으로, 이어 다른 세계로 퍼져나갔다. 설탕은 16세기 들어 부정적 측면이 강조돼 18세기 무렵 섭취를 자제해야 하는 질병 유발 물질로 비난받기도 했다. 실제로 요즘도 코카콜라 등 설탕이 함유된 음료와 요리가 비만과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라고 공격당하고 있다. 적당량의 중용(中庸) 법칙은 여기서도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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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은 전 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오래된 디저트의 하나이다. 옥스포드 영어사전은 디저트를 ‘과일, 사탕 과자 등으로 이루어진 코스. 정찬이나 저녁식사 후에 나옴’이라고 정의한다. 서구뿐 아니다. 중국, 일본, 인도에서도 식사의 마지막은 과일로 마무리하는 게 보통이었다. 과일은 그냥 생으로 먹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건조하거나 다른 재료와 함께 요리한 형태로도 많이 섭취했다. 건포도, 건대추와 데친 배, 구운 사과 등은 치즈와 함께 서빙되는 식으로 디저트의 다양성을 더했다. 과일과 함께 빵 중에 달콤함을 위주로 한 디저트 빵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웨이퍼는 원래 유대인들의 유월절 빵으로 이스트를 넣지 않은 무교병(無酵餠,matzah)과 카톨릭 미사의 성찬식 제병(祭屛)에서 유래했다. 납작한 모양의 둥근 웨이퍼는 와플로 발전했는데, 어원은 벌집이란 뜻이다. 격자무늬 문양이 새겨진 탓이다. 반도체의 둥글고 얇은 원판을 웨이퍼라 부르는데, 먹는 와플과 어원이 같다. 와플은 얇은 과자 사이에 꿀을 바르거나 둥글게 말아 가운데 크림을 채운 형태로도 조리됐다. 이는 영어권 국가에서 아이스크림콘으로 진화했다. 과일의 모양을 흉내 낸 빵 마지팬도 있다. 6세기쯤 페르시아에서 처음 발명된 후 유럽으로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설탕과 아몬드를 섞어 단맛을 내고 매만져서 형태를 잡아 만든 이 맛있는 설탕 과자는 배, 오렌지, 포도, 석류, 토마토 등 온갖 과일과 채소 모양으로 제조된다. 스페인의 톨레도 지방에 가면 마지팬의 전통이 지금까지도 잘 살아 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디저트 크림 우유를 휘젓거나 가열해 응고시킨 유제품 디저트 ‘크림’은 푸딩,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형태로 변형돼 우리 입맛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게티이미지



유제품을 이용한 대표적인 디저트 재료는 크림이다. 낙농을 주업으로 한 유럽 국가들은 저마다의 크림 디저트 요리가 있다. 크림은 주로 우유를 자연 상태에서 응고시키거나 휘젓거나 가열해서 만든다. 우유를 휘젓거나 가열하면 맨 위에 거품이 생기고 그 아래 단단하게 굳은 경질의 고체가 형성된다. 이를 커드(curd)라고 부른다. 우유 속 단백질과 지방이 굳어진 치즈의 전 단계 혹은 사촌 격이다. 우유 속 단백질은 털실로 만든 테니스 공처럼 둥근 형태의 카제인 분자로 이뤄져 있는데, 겉에는 미세한 털이 나 있고 음전하를 띠고 있다. 이 털과 음전하가 분자끼리 일정 간격을 유지하도록 서로 튕겨 우유는 한데 뭉치지 않고 액체 상태를 유지한다. 그런데 휘젓거나 가열하면 카제인 분자의 형태가 무너지면서 상호 간격이 사라지고 단단하게 결합하기 시작한다. 산(酸)이나 단백질 분해 효소를 첨가해도 마찬가지다. 코티지, 리코타 치즈의 제조법도 비슷하다. 하지만 프레시(미숙성) 코티지 치즈는 우유를 끓인 다음 레몬즙·식초 등을 뿌려 만들지만, 리코타 치즈는 렌넷(rennet), 레닛으로 불리는 동물성 단백질 분해 효소를 써서 단시간 내 굳힌 다음, 소금과 향료 등을 첨가해서 숙성시켜 만든다. 렌넷은 어린 송아지의 위장 벽에서 추출한 우유 분해 물질이다. 부드러운 생치즈를 디저트로 만든 치즈 케이크를 제외하면 치즈는 대부분 짠맛이다. 그러나 커드는 다양한 단맛의 크림으로 변주됐다. 우유나 달걀 흰자를 휘저어서 만든 휘핑 크림은 화학적으로 액체와 기체의 중간 상태인 무스(moose)로, 음식의 고명으로 얹어 먹거나 그 자체로 디저트가 됐다. 영국의 오후 간식 스콘에 발라먹는 클로티드(clotted) 크림은 휘젓지 않고 열을 가해 만든 고형 크림이다. 남서부 지방 데본(Devon)에서 유래해 데본셔 크림이라고도 부른다. 최근 20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디저트인 중동산 카이막(kaymak)의 친척뻘이다. 클로티드 크림과 카이막은 둘 다 빵에 곁들여 달콤한 잼이나 꿀을 발라 함께 먹는다. 커스터드는 우유, 달걀, 설탕, 향료를 한데 가열해 크림 형태로 만든 요리다. 그릇과 컵에 담아 그대로 떠먹기도 하고, 빵 속을 채우거나 끼얹어 먹을 수도 있다. 심지어 얼리면 아이스크림으로 변한다. 커스터드의 어원은 딱딱한 겉껍질을 가진 타르트(작은 빵)란 뜻이다. 원래 우유, 달걀, 고기, 과일 등을 위에 올려 구운 한 끼 요리로 파이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서서히 디저트로 바뀌었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상대의 얼굴을 크림 범벅으로 망쳐버리는 파이 던지기 장면이 나온다면 바로 이 디저트이다. 커스터드에서 파생된 푸딩, 크렘블레는 유명한 메뉴로 정착했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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