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당신의 팔로어는 몇 명인가요?

  • 문화일보
  • 입력 2023-06-16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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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 경제의 세상입니다. 과거 신문·잡지를 구독하던 시대를 지나, 요즘은 정수기·비데·침대 등 정기적 관리를 받는 물품뿐만 아니라 넷플릭스와 티빙 등 각종 콘텐츠도 매월 정기 결제하며 이용하죠.

따지고 보면, 요즘은 모든 사람이 구독경제의 객체가 아닌 주체라 할 수 있는데요. SNS가 만연했기 때문이죠. 저마다 타인의 시선을 끌 만한 콘텐츠를 올리며 팔로어(follower)가 늘어나길 기대하는데요. 먼저 누군가의 SNS를 구독하는 ‘선(先)팔’, 상대방의 팔로잉에 호응하는 ‘맞팔’, 그리고 팔로잉을 끊는 ‘언(un)팔’은 SNS를 기반으로 소통하는 세대들에게는 표준어와 진배없는 신조어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리고 팔로어의 수는 곧 그 사람의 ‘가치’를 매기는 척도가 됩니다. 며칠 전 한 카페에 갔는데요. 옆자리 한 여성의 목소리가 귀를 찔렀습니다. “미친… 팔로어 3만? 얘 뭔데?” 호의적이지 않은 말투였죠. 평소 그리 달갑지 않은 지인의 팔로어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꽤 기분 나빠하는 눈치였습니다. 팔로어가 사회적으로 그 사람의 영향력을 따지는 숫자가 됐다는 것이 새삼 느껴졌죠.

요즘 연예인들의 아침 일상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눈 뜨면 무엇부터 하냐?”는 질문에 “포털사이트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름을 검색해본다”는 대답이 대다수였는데요. 요즘은 “팔로어 몇 명 늘었는지 체크한다”는 답변이 부쩍 늘었습니다.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각광받으며 우리가 자는 동안 어디선가는 한류 스타들의 SNS를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죠.

그러다가 며칠 전 외신 기사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린 나이에 스타덤에 오른 제나 오르테가(20)와 엘 패닝(25)의 인터뷰였죠. 팀 버튼 감독의 넷플릭스 시리즈 ‘웬즈데이’로 주목받은 오르테가는 “팔로어를 늘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다”고 토로했고, 패닝은 “오디션이나 미팅에 나가면 ‘팔로어가 몇 명이냐’는 질문을 받는다”고 속내를 털어놨는데요. “SNS는 또래에게 비교의식을 강요하고, 시류에 편승하게 만든다. 매우 조작적”이라는 스무 살 오르테가의 지적에 뜨끔했습니다. 저 역시 성공작을 낸 배우나 감독과 인터뷰를 나누며 부지불식간 “팔로어가 얼마나 늘었냐?”는 질문을 아무렇지 않게 던지고 있었으니까요.

오르테가는 “내가 세상에 많이 노출될수록 사람들은 이 점을 이용하고, 취약점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왜곡할 것”이라고 꼬집었는데요. 오르테가의 SNS 팔로어는 4061만 명입니다. 그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은근히 부러워지는 것은 왜일까요?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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