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사가 기증한 ‘은제도금삼존불좌상’[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세계 속 우리 문화재]

  • 문화일보
  • 입력 2023-07-1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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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제공



임영애 동국대 문화재학과 교수

이 은제도금삼존불좌상(사진)은 의사인 랠프 마르코프(Ralph C. Marcove·1929∼2001)가 1997년 하버드대 아서 새클러 박물관에 기증한 유물이다. 그는 40년간 정형외과 뼈 종양 전공 의사로서 의술을 펼쳤으며, 아시아 미술 수집가이자 뛰어난 실력의 드러머로 유명했다. 그가 수집한 유물 일부는 하버드대 부속 박물관에 기증되었고, 이 삼존상은 그 가운데 하나다. 아서 새클러 박물관의 아서 새클러(Arthur M. Sackler·1913∼1987) 역시 정신과 의사였으니 마르코프가 이곳에 자신의 수집품을 기증한 것은 같은 의사라는 인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삼존상은 전체 높이가 10.8㎝밖에 되지 않는 작은 상이지만, 3가지가 특별하다. 첫째, 은으로 만들어 그 위에 금으로 도금했다. 우리나라에는 은으로 만든 불상이 많지 않지만, 남아 있는 예는 14∼15세기에 주로 몰려 있다. 둘째, 불상이 앉은 대좌의 좌우에서 연꽃 가지가 피어나고 그 위에 보살상이 서 있다. 이는 한 세트로 만든 3구의 상이 서로 흩어지지 않도록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셋째는 이국적인 모습이다. 불상의 정수리 위에 얹혀 있는 뾰족한 구슬, 고사리 모양으로 장식된 보살상의 관, 신체 곳곳에 연이어 있는 구슬 모양 장식은 이전 시기 한국 불상에서는 보지 못하던 것이다.

이 삼존상은 한때 중국 불상이라 알려지기도 했다. 티베트의 영향을 받은 명나라 불상에서도 유사한 특징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450년 한국에서 제작한 것이 틀림없는 통도사박물관의 은제도금아미타삼존불좌상을 비롯해 유사 사례가 적지 않고, 불상이 깔고 앉은 삼단 대좌 역시 우리나라 전통의 것이다. 이런 이유로 관련 연구자들은 이 삼존상이 15세기 중엽에 제작된 조선의 불상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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