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바람에 나부끼던 ‘함해나 태극기’[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세계 속 우리 문화재]

  • 문화일보
  • 입력 2023-08-0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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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최중화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실태조사부 책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첫 국외 실태조사는 지난 2013년 미국 UCLA 리서치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함호용 일가 자료’ 조사였다. 최해나(1880∼1979)·함호용(1868∼1954) 부부는 하와이 이민 1세대로, 1905년 경기도 광주를 떠나 하와이에서 사탕수수 농장 노동자, 독립운동가로 활약했다. 최해나는 이민 후 남편 성을 따라 ‘함해나’로도 불렸다.

8일간 진행된 조사를 통해 1000점 이상의 책, 사진, 편지부터 공예품, 복식까지 다양한 유물이 집계됐다. 마지막 날 수장고 가장 안쪽의 커다란 복식 상자 4개를 꺼내 하나씩 개봉했는데, 흰 천에 손수 만든 오래된 태극기 2점이 등장하자 조사단의 눈길이 쏠렸다. 그중 하나는 세로 112㎝·가로 176.5㎝ 직사각형의 흰색 면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흰 면은 이미 산화돼 변색했고, 오른쪽 끝단은 손상돼 있었으며 왼쪽 깃대에는 태극기를 봉에 매달기 위한 끈이 달렸다. 현재의 태극기와는 태극도, 리괘와 감괘의 위치도 달랐다. 특히 빨간 원 위에 파란 천을 바느질로 덧대 만든 태극 문양이 흥미로웠는데, 당시 으레 그랬듯이 일장기를 재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제국의 종말이 임박했던 1905년, 최해나·함호용 부부는 고향 땅을 벗어나 인천에서 배를 타고 달포 만에 태평양 한가운데에 도착했다. 하와이 마우이섬의 한인 1세대. 소통도 어렵던 시절 이들의 고난이 어땠을까. 조사단은 이들 가족이 남긴 원고와 사진을 보며 울먹였고, 가슴이 숙연해질 때가 많았다. 엄마가 평생 3개의 태극기를 만들었다는 셋째딸 함점순의 메모를 생각하며, 이들 부부가 일하던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 한쪽에서 세찬 바람에 맞서며 나부끼던, 끝단이 닳아버린 태극기의 모습을 8월의 파란 하늘에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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