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는 만큼 성장하는 사제… 우리는 희망을 노래하는 사이”[주철환의 음악동네]

  • 문화일보
  • 입력 2023-08-2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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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철환의 음악동네 - 박기훈(라포엠) ‘꿈꾸지 않으면’

3개월에 한 번 마음 가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걷는 소모임이 있다. 회원끼리 정한 이름은 춘하추동이다. 태양이 작열하던 8월의 두 번째 토요일에 일행 5명은 한양도성 북쪽 일대를 누비며 법정 스님이 계시던 길상사와 신덕왕후가 묻힌 정릉을 산책했다. 내가 유소년기를 보낸 돈암시장과 초등학교도 인근에 있으니 당연히 지나칠 수 없었다.

“줄기찬 북악산을 등에다 지고 한강수 맑은 물을 바라보면서” 훈화는 가물거려도 노래는 기억의 그물에 걸려있다. 딱 들어도 ‘교가’스럽지 않은가. 성북의 옛터에 이르니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아 가엾다 이 내 몸은 그 무엇 찾으려 끝이 없는 꿈의 거리를 헤매어 있노라’(이애리수 ‘황성옛터’). 하지만 눈앞의 현실은 별천지다. 교정은 아파트로 포위되었고 한강수는 건물 숲에 가려 저 멀리 아득하다.

초등학교 다닐 때 교내신문에 수필 한 편을 기고했는데 제목은 거창하게도 ‘나의 소원’이었다. 그 어린이의 꿈은 선생님이었다. 첫 번째 직장이 모교(중학교)였으니 소년은 꿈을 이룬 셈이다. 교편생활을 하다가 방송사로 이직한 이유에 대해선 이렇게 방패로 막는다. “나는 학교를 버린 게 아니라 학교를 넓힌 거다.” 방송콘텐츠도 교과서나 참고서가 될 수 있다는 소신엔 지금도 변함이 없다.

교편(敎鞭)은 교사들이 가지고 다니는 막대기를 뜻한다. 그 막대기로 칠판도 가리키고 학생들도 가르쳤다. 지도편달이라고 할 때의 편달(鞭撻)도 원래는 채찍으로 때린다는 의미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그건 ‘말죽거리 잔혹사’ 시절 얘기다. 요즘은 어떤가. 교사가 학생이나 학부모로 인해 다치고 울면서 학교를 떠난다는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바야흐로 교실이 황성옛터가 된 것인가.

나는 여전히 제자들을 만난다. 나의 교육철학(?)은 한마디로 ‘애프터 서비스’다. 벤 플랫이 부른 ‘그로우 애즈 위 고’(Grow as we go)라는 노래가 있는데 나는 이 제목을 ‘우리가 (함께) 가는 만큼 성장한다’로 해석한다. 4글자로 줄이면 사제동행이다. ‘강물이 어떻게 흐를지 몰라도 꼬이고 뒤틀릴 때마다 내가 함께할 거야.’

제자들을 만나는 곳은 주로 지하철 광화문역이나 경복궁역이다. 8월의 토요일엔 이곳이 전국의 선생님들로 꽉 찼다. 5만 명이 모였다고 한다. 마이크를 잡은 선생님 말씀에는 진심이 담겼다. “교권을 확립하겠다는 건 교사,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 벽을 세우겠다는 말이 아닙니다.” 이어지는 선생님들의 구호는 간결하고 간절했다. “우리는 가르치고 싶다. 학생들은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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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의 끝은 노래였다.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별 헤는 맘으로 없는 길 가려네 사랑하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설레는 마음으로 낯선 길 가려 하네’. 간디학교(대안학교)의 교가이기도 한데 내게는 ‘팬텀싱어3’(JTBC) 우승팀 라포엠 멤버 박기훈(사진)의 노래로 친숙하다. 가사의 끝이 의미심장하다. ‘우린 알고 있네 배운다는 건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불타는 아스팔트에서 교사들이 희망을 노래할 때 나는 한편으로 태양이 야속했다. 전직 교사는 자신이 선곡한 노래를 속으로 읊조리며 그냥 한참 거기 서 있었다.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르고 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김민기 ‘아침이슬’).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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