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의존한 中 성장 전략의 종언[문희수의 시론]

  • 문화일보
  • 입력 2023-08-2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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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논설위원

지방정부·기업 심각한 빚더미
빚 늘려 빚 갚는 구조조정 악순환
가계는 소비 줄여 저축 ‘디플레’

“40년 성장 모델 한계” 평가 일색
중국 떠나는 글로벌 업체 줄 이어
시진핑 리스크, 저무는 G2 시대


중국의 부동산 위기가 확대일로다. 2021년 헝다를 필두로 완다, 비구이위안 등 1∼3위 부동산 개발업체가 모두 유동성 위기다. 금융 쪽으로도 번지는 양상이다. 이번 위기는 그동안 누적돼 왔던 중국 경제의 고질적인 병폐들을 환기시킨다. 무엇보다 부동산에 너무 의존하고 있는 경제 자체가 문제다. 부동산이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0%나 차지한다. 특히, 지방정부는 세수의 40%를 의존하고 있다. 집값이 급락하면 거품이 터질 수밖에 없다.

실제 지방정부·기업 모두 부채가 심각하다. 지방정부는 산하 페이퍼컴퍼니의 자금 조달까지 합친 총부채가 지난해 명목 GDP 대비 130%를 넘는다는 게 골드만삭스의 분석이다. 중앙정부 부채까지 합치면 GDP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GDP 대비 기업 부채 비율은 지난해 3분기 158%다. 2020년 사상 최고치인 162%에서 2021년 152%로 떨어졌지만, 부동산 개발업체 중심으로 은행 대출이 다시 늘면서 악화했다. 가계 부채는 올 6월 63% 수준이지만 자산의 70%인 부동산이 급락한 만큼 나빠질 가능성이 짙다. 특히 가계가 경기 침체 속에서 소비를 줄여 저축을 늘린 결과,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로까지 추락해 일본식 장기 디플레이션 우려를 사는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런민은행은 기업과 지방정부에 유동성을 더 늘려 주려고 기준금리를 낮추고, 지방채 발행량을 확대했다. 빚을 더 내 빚을 갚으라는 식이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위기에 대응해 유동성을 너무 풀어 지금 같은 빚더미에 오른 것인데, 또 부채를 늘리는 구조조정을 반복하며 오히려 화를 더 키울 태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중국의 40년 호황은 끝났다고 평가했다. 부동산 개발과 사회간접자본 투자로 성장해 왔던 전략은 이제 안 통한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유럽 석학들도 대부분 한계가 왔다고 동감한다. 실제 이미 중국 대도시 주택 공급 물량의 20%는 비어 있고, 지방 중소도시에도 집 지을 곳이 없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3%대로 둔화된 성장률이 2030년엔 2%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는 정도다.

글로벌 기업이 줄줄이 중국을 떠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일본 미쓰비시·마쓰다, 영국 반도체 기업 ARM, 미국 보잉 등이 철수를 결정했거나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 역시 해외 생산기지의 중심축을 중국에서 인도로 옮기기 위해 중국 공장 매각에 착수했다. 롯데케미칼 등 다른 업종의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들도 철수 작업을 마쳤거나 짐을 쌀 준비를 하고 있다. 업계에선 “중국 탈출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시진핑(習近平) 체제의 중국은 사면초가다. 대내적으로는 사회주의 색채가 짙은 이른바 ‘공동부유’로 기업과 자산가를 억압한다. 투자·수출 부진에 직격탄이다. 대외적으로도 올해로 10년째인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경우 투자 자금을 지원받은 아시아·아프리카 등 저개발국가에 부채만 늘려 중국의 부실 채권이 급증하는 등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도 중국의 사회주의 경제 특성상, 부동산 위기가 글로벌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기업이 부도 나도 국영기업에 인수시키면 그만인 경제다. 그렇지만 중국이 경제 대란을 피하더라도, 글로벌 신인도와 위상 추락은 불가피하다. 중국이 우주항공, 양자, 드론, 전기차 및 배터리 등을 비롯한 산업 경쟁력을 키운 것은 분명하다. 일부 미래산업에선 미국을 앞설 정도다. 그러나 미국이 공급망 개편 과정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첨단기술과 돈줄을 통제하는 현실에서 중국의 산업 업그레이드는 더 진전하기 어렵다. 대만의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 회사인 TSMC의 창립자인 모리스 창 전 회장이 부동산 위기 전부터 중국은 반도체 전쟁에서 미국을 못 이긴다고 단언했던 게 단적인 사례다. 중국이 미래 성장성에 대한 국제적 불신과 우려감을 해소하지 못하면 시진핑 체제의 리스크는 점점 커지고, 기업들의 탈중국은 가속화할 것이다. 미·중이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세계 경제를 이끄는 G2 시대가 이제 저물어 간다는 인상도 준다. 글로벌 패러다임의 대전환에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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